중국 사람들은 양자강을 장강(長江)이라고 한다. 티베트의 타타허에서 발원, 중국 대륙의 5분의 1을 적시고 동중국해로 빠지는 장강은 길이만 6,300㎞에 달한다. 아마존과 나일강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길다. 장강에서 중국의 역사가 시작됐고, 전설이 만들어졌다. 이런 역사성과 상징성 때문에 중국인들은 장강을 많이 찾는다. 출발점은 중국 남부의 중심 도시 중 하나인 충칭(重慶) 봉절의 백제성. 이곳에서부터 이창(宜昌)의 남진관에 이르는 193㎞구간이 장강의 하이라이트인 강삼협이다.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펼쳐진 장강 줄기는 이백과 두보, 소동파 등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시를 지어 찬양했고, 1천8백 년 전엔 유비, 장비, 관우가 천하를 도모했던 「삼국지」의 무대였다.

이백의 노래와 유비의 한, 구당협
삼협이란 구당협(瞿塘峽 쥐탕샤) 무협(巫峽 우샤) 서릉협(西陵峽 시링샤) 세 개의 협곡을 뜻한다. 장강삼협을 둘러보는 크루즈도 다닌다. 구당협은 중국 지폐에도 나오는 곳이다. 바위 절벽엔 1천여 년 전 만들어진 폭 1m, 높이 2m의 고잔도(古棧道)가 있다. 고잔도는 시성으로 불리는 이백의 명시 촉도난(蜀道難)으로 후세에 유명해진 길이다. 촉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는 뜻인데, 먼저 이백의 시 한 구절만 들어보자.

‘아득하게 높구나 / 촉나라 길은 푸른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어렵다네 / (중략) / 산은 6마리 용마차도 우회할 정도로 높은 봉우리이고 / 아래는 파도 치는 강물이구나. / 황학도 날아 넘기 어렵고 / 원숭이조차 모서리 잡고 기어오르기를 겁낸다니 / 청니의 산길은 얼마나 꾸불꾸불한가 / (중략) / 촉나라 금성(成都의 옛 이름)이 비록 좋다지만/ 집에 돌아가는 것이 차라리 낫겠네 / 촉나라 길은 푸른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어려우니 / 몸을 옆으로 돌려 서쪽 바라보며 길게 탄식할 뿐이구나.’

이백의 이름을 중원에 떨치게 했던 명문장이다. `촉도난이란 시를 본 하지장이란 원로 문인은 이백을 ‘보통 사람이 아니고 인간세계로 귀양 나온 신선’이란 뜻으로 ‘적선인’(謫仙人)이라 칭하고 황제에게 천거했다고 한다.

촉나라, 요즘으로 치면 쓰촨성에서 태어난 이백은 이 길을 세 번이나 지났다. 협곡을 거슬러 오면 이백의 말이 실감난다. 좁게는 폭이 90m, 넓게는 400m의 강줄기. 양쪽은 험준하기로 유명한 우산(巫山)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중일전쟁 때 이창까지 진격한 일본군들도 차마 충칭을 넘보지 못했다고 한다.

8㎞의 구당협은 삼협 중 가장 짧다. 암벽에는 1천5백 년 전의 펑상샤(風箱峽)가 보인다. 사람이 죽으면 동굴에 집어넣는 풍장(風葬)의 흔적이다. 펑상샤를 지나면 협곡은 더 좁아지고 웅장해진다. 중국돈 5위안짜리 지폐의 그림이 바로 구당협 기문이다. 끝머리에는 강기슭에 유비가 숨을 거뒀다는 백제성(白帝城)이 있다. 오나라와 위나라의 협공으로 숨진 관우의 한을 갚기 위해 70만 대군을 끌고 출병했다가 촉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한을 삭이지 못하고 여기에서 숨을 거두며 제갈공명에게 유언을 남겼다. 아들 유선이 영특하면 그를 도와 천하를 통일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가 나라를 맡아달라고 했단다. 하류에는 장비묘도 있다. 부하에게 암살당한 뒤 버려진 장비의 머리를 어부가 그물로 건져냈던 곳으로 장비의 위패가 모셔진 사당이다.

장강 지류 옛길
무협과 서릉협의 맑은 아름다움
구당협을 지나면 무협이다. 무협의 명물 중 하나는 장강의 지류인 선룽시(神農溪)다. 선룽시는 말 그대로 농사와 약신(藥神)인 신농씨에서 이름을 따왔다. 신농씨가 이곳에서 1백 가지 약초를 맛보고 한약을 처음 만들었단다. 중국인들의 정신적인 고향인 셈이다.

계곡수는 선룽쟈산(神農架 3,052m)에서 흘러나온다. 상류는 원시림으로 뒤덮여 있으며 아직도 원주민들이 옛날 방식 그대로 살고 있다. 관광객들은 나룻배를 타고 이 지역을 돌아봤다. 계곡은 길이가 60㎞. 관광객들이 들어갈 수 있는 코스는 룽창샤까지 6㎞이다. 계곡수는 본류와는 다르게 물이 맑고 깨끗하다. 나룻배는 토가(土家)족이 밧줄을 묶어 끌고 간다. 수심이 깊은 상류에서는 갈고리를 바위벽에 걸어 끌어당긴다. 토가족은 옛날엔 모두 알몸으로 지냈다고 한다.

선룽시를 빠져나오면 강줄기는 12봉우리가 강 양쪽에 뻗어 있다는 길이 40㎞의 우샤로 이어진다. 이 중 신녀 요희가 사람들을 도왔다는 전설이 있는 신녀봉이 가장 높고 유명하다. `운우지정(雲雨之情)이란 말도 신녀봉에서 유래됐다. 옛날 초의 양왕이 신녀를 사모해 그녀를 보러 왔으나 만나지 못하고 꿈으로만 뜻을 이뤘다고 한다.

구당협 기문
서릉협은 길이 76㎞로 삼협중 가장 길다. 안개 속에 반쯤 몸을 가린 시링샤는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로 신비스럽다. 계곡 양쪽은 깎아지른 벼랑. 안개를 밀치고 바위벽을 한번 휘돌면 또 다른 석벽이 나타난다. 삼협은 1년에 절반 이상 비가 내리고 안개로 덮여 있어 평생을 살아도 별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옛 시인들은 천길 절벽보다 안개가 더 아름답다고 했다. 실제로 동양화 속의 선계(仙界)나 무릉(武陵)이 바로 이곳이구나 싶다. 장비뇌고대와 삼류동이 서릉협의 명물이다.

장비뇌고대는 장비가 북을 치며 군사를 모았다는 곳. 바위 절벽 끝머리엔 장비상이 서 있다. 삼류동은 뇌고대 옆의 동굴로 당나라 때에는 백거이와 백행진, 원진이 머물며 시를 지었고, 송나라 때에는 소동파 3부자가 머물렀다고 한다. 강물은 깊이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황톳물이다. 산성을 띠고 있는 붉은 토사가 끊임없이 쓸려 내려오기 때문이다.

삼협을 제대로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08년 혹은 2009년 삼협댐이 최종 완공되면 삼협 중 많은 부분이 물에 잠기게 된다. 현재도 공사를 한 단계 마칠 때마다 수위가 올라가 풍경이 예전만 못하다. 삼협댐이 최종 완공될 경우 삼협크루즈도 존속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른다. 80년 전 쑨원(孫文)이 구상하고, 50년의 조사 끝에 1993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삼협댐은 세계 최대의 댐이다. 길이 2,225m, 높이 185m, 중국 전력 발전량의 10분의 1이 생산된다. 소양호의 27배나 된다.

장제스(蔣介石)가 마오쩌둥(毛澤東)에게 패해 대만으로 넘어갈 때 온갖 보물을 다 싣고 가면서도 삼협을 두고 가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는 장강. 자연과 역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강은 이름만큼이나 도도하고 아름답다.

장강 길잡이

장강은 충칭에서 보는 게 좋다. 충칭까지는 3시간 40분. 장강 크루즈 상품도 나와 있다. 충칭에서 내려갈 경우 삼협 외에 소삼협(小三峽)을 볼 수 있으나 대신 선룽시는 볼 수 없다. 삼협 중 일부 구간은 물길이 좁아 일방통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 시간에 맞춰 관광을 해야 한다. 유람선은 바다 유람선과는 달리 크지 않다. 중국인이 타는 위한 쾌속 유람선과 외국인을 위한 시설 좋은 유람선이 따로 있다. 외국인을 위한 유람선은 보통 2인 1실 규모로 허름하지만 바와 피트니스클럽까지 갖췄으며 에어컨 시설이 잘 돼 있다.

충칭의 별식은 훠궈(火鍋). 일종의 샤브샤브다. 육수는 크게 뱀, 자라, 두꺼비에다 20가지 약초를 넣은 것과 동충하초와 한약재로 끓인 매콤한 육수 두 가지가 있다. 여기에 채소나 고기를 넣어 익혀 먹는다. 덩샤오핑이 좋아했다는 오리내장, 뱀장어, 돼지신, 오리고기 등 온갖 고기와 상추, 배추, 시금치, 버섯 등 채소를 넣어 먹는다. 훠궈는 원래 양쯔강 주변의 인부들이 먹던 서민 음식. 중국의 황제가 이곳에 들렀다가 훠궈의 향기에 취해 음식을 맛보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글&사진 / 최병준 기자(경향신문)

출처 :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10&artid=1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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