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농사지어온 곡식과 과일이 농부의 부지런한 손길과 햇살에 익어 수확의 풍요로움을 주는 가을. 어촌에서도 가을 햇살에 살찐 해산물들을 잡느라 분주하다. 이럴 때 아이들과 함께 열린 박물관이라 불리는 강화군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역사 공부와 자연 체험, 거기에 우주 개발을 위한 인류의 노력까지 만날 수 있어 10월 여행지로 제격이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을 체험하는
옥토끼우주센터

강화군은 강화도, 석모도, 교동도, 볼음도, 주문도, 동검도, 서검도, 아차도, 말도, 미법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이루어진 행정구역이다. 그 중심은 본섬인 강화도. 때문에 대부분의 역사 공간과 체험장은 강화도에 자리하고 있다.

강화도로 들어서 처음 찾아갈 곳은 어릴 적부터 들어온 옛날이야기 속 ‘달나라 옥토끼’가 있는 곳이다. 2007년 5월, 강화군 불은면 두운리 1만8천5백여 평 부지에 문을 연 과학 체험 공간 옥토끼우주센터가 그곳이다. 2천여 평의 실내 전시 공간과 1만6천여 평의 실외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다. 막연하게 꿈꾸며 동경했던 우주에 대한 상상을 실제 정보로 바꿔 전해주는 이곳엔 월면차와 인공위성, 달과 행성들을 향해 쏘아 올린 인공위성과 우주선 모형 등 우주 시설 장비 5백여 점이 실물과 모형으로 전시돼 있다. 모두 미국의 케네디우주센터와 미국항공우주국, 러시아항공우주센터의 협력으로 직접 가져오거나 설계도면을 받아 완성한 것이다.

전시관으로 들어서 처음 만나는 곳은 우주의 탄생부터 태양계 탐험까지 보여주는 태양계탐험관. 우주가 탄생하는 과정을 알 수 있는 빅뱅영상 상영, 천문학의 역사, 태양계의 각 행성별 크기 비교, 행성들의 대기와 지질 성분 등 과학 탐사를 통해 밝혀낸 태양계의 정보들을 가득 담고 있다.

두 번째 전시 공간은 항공·로켓발사관이다. 실제 우주를 만나기 위해 사용했던 인공위성과 로켓들이 벽면 가득 서 있고, 그 가운데 로켓을 하늘로 날 수 있게 하는 엔진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로켓과 닐 암스트롱이 달 착륙시 사용했던 우주선, 달 표면에 착륙한 월면차, 고흥 외나로도에 세워지는 우주센터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세 번째 전시관은 우주 탐험 공간이다. 우주잠자리, 우주화장실, 우주샤워 등 우주인들이 우주선 안에서 생활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 이 밖에 세계 최초 우주왕복선과 국제우주정거장에 상주 중인 3명의 지구인에게 물품 조달을 하고 있는 콜롬비아 우주왕복선의 조종실, 현재 개발 중인 우주선 모형 등도 만날 수 있다.

화면이나 책을 통해서만 보았던 로켓과 우주선, 인공위성들을 직접 본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뭐니 뭐니 해도 직접 우주인이 되어보는 우주인 체험 공간이다. 우주선이 대기를 통과할 때 우주인들이 느끼는 어지러움과 요동을 체험할 수 있는 원반체험기, 무중력체험기, 우주로 쏘아 올리는 소형우주선 등을 직접 타볼 수 있다. 이곳에 설치된 체험 기구들은 모두 놀이기구 제작 기준에 맞춰 안전하다. 대기 통과 체험기에는 운행자와 연결된 모니터가 있어 탑승자들의 상태를 봐가며 운행한다.

이 밖에 기차를 타고 미래도시를 돌아보는 체험 공간도 있다. 야외 전시 공간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인 다양한 로봇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이것은 앞으로 옥토끼 우주센터가 만들어갈 로봇공원의 주제이기도 하다. 공룡을 테마로 한 쥐라기 공원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전시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오전 9시 2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오후 5시 20분까지 가이드가 전시관을 안내한다. 입장료는 1만2천원이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같다.
문의 032-937-6918, www.oktokki.com

세 개의 작은 섬 사이를 막아 너른 평야를 만든
교동도

석모도에 비해 덜 알려진 교동도는 강화 본섬에 이어 강화군의 두 번째 큰 섬이다. 삿갓 모양의 교동도는 각 끝점에 산이 자리하고 있다. 삿갓머리의 율두산, 왼쪽 끝의 수정산, 오른쪽의 화개산이 그것이다.

고려시대 산 사이를 막아 농지로 만들기 전까지 이 섬은 각 산을 중심으로 한 작은 섬 3개였다고 전해진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수정산과 화개산 아래에 마을이 자리하고, 그 가운데 간척지는 모두 농사를 짓는 평야다. 때문에 교동도의 가을은 황금들녘과 함께 시작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을 모아 도정하고 유통하는 농협종합미곡처리장이 있을 정도. 교동도가 휴전선 인근에 자리해 어업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엔 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갯벌과 바다에서 해산물 수확을 많이 했다고. 교동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은 화개산 인근이다. 예부터 이곳이 섬의 중심이었음을 알리듯 교동향교와 읍성, 사찰 등 볼거리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이곳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이어지는 뱃길이 제일 먼저 닿는 곳이어서 무역상들의 거점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송나라와의 무역항로의 경우 북로와 남로가 있었다. 남로는 명주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북로는 중국 산동반도 북단의 ‘등주’를 떠나 황해도 북부에 이른 다음 장산곶을 돌아 교동 앞바다를 거쳐 예성강의 벽란도에 이르는 해로가 이용됐다. 교동 출토 유물 중 송대의 중국화폐가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교동과 중국 본토 사이의 해상교통이 활발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교동에 자리한 교동향교 또한 마찬가지다. 고려 충렬왕 때 안유 선생이 원나라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공자상을 들여와 교동향교에 봉안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공자상을 봉안한 곳이라 교동향교를 ‘수묘(首廟)’라 칭한다. 현재 교동향교의 대성전에는 중국의 5성과 신라, 고려, 조선시대의 유현을 배향하고 있으며 매달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는 유림들이 분향한다.

교동도에서의 또 다른 볼거리라면 전망이 멋진 화개사와 화개사 가는 길목의 읍내리 비석군을 들 수 있다. 조선시대 선정을 펼친 교동 지역의 목민관인 수군절도사 삼도통어사, 도호부사, 방어사 등의 영세불망비, 선정비 등으로 총 33기가 세워져 있다. 당초 이 비들은 교동면 관내에 흩어져 있던 것을 1991년도부터 강화군 및 교동유림에서 이곳으로 이전해 보호 관리하고 있다. 화개사는 창건 연대가 고려 때라고 전해진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금불상 2개가 있었으나 지금은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화개사에 오르는 길은 고즈넉하며 화개사 뜰에 서면 아름드리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고 교동도의 넓은 들녘을 넘어 멀리 석모도가 선연히 보인다. 교동도는 강화 창후리 선착장에서 화개해운을 이용해 갈 수 있다. 도선료는 승용차를 기준으로 편도 1만4천원이며 운전자 1인은 무료다.
문의 화개해운 032-933-3212, www.hgma.co.kr 교동도 홈페이지 www.gyodong.net

30가지 서체의 천자문을 볼 수 있는
심은 미술관

강화군 하점면 이강2리에 자리한 심은 미술관은 심은 전정우 선생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구 강후초등학교의 1회 졸업생이며 동문회장이기도 한 전정우 선생은 2002년 2월 28일자로 학교가 폐교되는 것이 안타까워 강화교육청으로부터 모교를 대부받아 그의 아호를 따 미술관을 설립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동아미술제 미술상을 수상한 심은 전정우 선생은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미술관 앞 너른 들녘을 황토로 표현한 대작이 복도에 전시돼 있고, 강화의 산과 들을 표현한 작품이 유독 많이 전시돼 있다.

교실은 모두 전시실과 연구동 등으로 탈바꿈했다. 1층 입구의 왼쪽은 다향만당이라는 차실이다. 도예 작품이 전시돼 있으며 미술관 관람객이 차를 마시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서예 수업이 열리기도 한다. 전서, 예서, 행서, 초서, 한글, 전각 등의 서예를 기초 입문부터 개인의 진도에 맞춰 심은 선생이 직접 지도한다. 강좌는 목요일과 금요일에 있다.

교실을 개조한 전시관 1층에는 그림, 2층에는 서예 작품이 전시돼 있다. 2층에 전시된 ‘30체 심은 천자문’이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 은나라의 갑골문을 비롯해 고구려 광개토대왕비 서체의 천자문, 신라시대의 신라비해서, 포산초간, 후마맹서, 안진경해서 등 특이한 서체 30가지로 쓴 천자문이다. 서예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갑골문부터 고구려, 신라 등 시대별 천자문이 나란히 적혀 있어 한국과 중국 서체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심은 미술관의 정원은 고즈넉하고 아름다워 드라마 촬영 장소로 애용되기도 한다. 특히 담쟁이덩굴 가득한 외벽은 가을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화요일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어른 2천원, 학생·어린이 1천원.
문의 032-933-0964, www.simeun.org

여행 정보
1 주변 볼거리

강화곤충농원
강화읍 국화리에 자리한 강화곤충농장은 수백, 수천 종의 크고 작은 곤충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책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생소한 곤충들은 물론 눈곱만한 바구미부터 손바닥만한 나비까지 세상에 있는 곤충은 모두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을 둘러본 후에는 시청각 교육실에서 ‘곤충의 일생’이란 20분짜리 영화를 볼 수 있다. 각종 곤충의 성충 및 유충과 사육 용품도 판매하고 기르는 법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다. 곤충의 한살이를 살펴보는 생태 공부에 좋다.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매주 월요일은 쉰다. 관람료는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
문의 032-934-9405,
www.bugs2u.com

삼랑성과 전등사
강상면 온수리에 자리한 전등사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유적을 담고 있는 삼랑성 내에 자리하고 있다. 삼국시대에 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삼랑성은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 삼랑성의 기록은 고려가 1259년에 이 성 안에 궁궐을 지었다는 것. 이후 조선시대인 1866년, 함대를 끌고 와 개항을 요구하는 프랑스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삼랑성 안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정족산사고와 왕실 족보를 보관하던 선원보각, 고려 왕실의 원찰인 전등사가 있었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전등사만이 남아 있다. 전등사에는 보물 제178호인 대웅보전과 보물 제179호인 약사전, 보물 제393호인 범종을 비롯해 많은 문화재가 남아 있다.
문의 032-937-0125, www.jeondeungsa.org

정수사
강화의 호젓한 산길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정수사는 화도면 사기리에 자리하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8년(639년)에 회정대사가 마니산 참성단을 참배한 후 세웠다 전해진다. 지금 남아 있는 사찰은 조선 세종8년(1426년)에 함허대사가 중창한 것. 산자락이 흘러내리다 잠시 머문 좁은 땅에 지어진 사찰은 중앙에 대웅전, 왼쪽으론 약수터, 오른쪽으로는 요사채가 자리한 전형적인 산지가람의 형태다. 대웅전의 꽃병 문창살과 함허대사가 찻물로 사용했다는 약수를 마시고 대웅전 앞에 서서 마당을 바라보면 탁 트인 서해바다를 만날 수 있다.

분오리돈대와 동막리 갯벌
강화도 최남단에 자리한 분오리돈대는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동막리 갯벌을 내려다보고 있다. 분오리돈대는 조선 숙종 때 한양으로 이어지는 뱃길을 보호, 감시하고 강화 최남단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것으로 삼면이 절벽으로 되어 있다. 썰물 때 돈대 너머로 약 2천만 평의 갯벌이 속살을 드러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맑은 날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도 장관이다. 가을철 동막리 갯벌에는 망둥어 낚시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2 잠잘 곳
화도면 내리에 자리한 펜션 마리솔두레말은 마니산, 전등사, 정수사, 동막리 갯벌, 석모도 뱃길이 이어지는 선수포구, 옥토끼우주센터 등 강화도 대표 관광지들을 아우르고 있는 고급 펜션이다. 펜션 이름 ‘마리솔두레말’은 ‘소나무처럼 향기롭고 맑게 서로 의를 지키면서 상부상조하는 마리산 아래 자리한 으뜸 마을’이라는 뜻. 펜션은 강화의 자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보랏빛으로 단장한 건물 외관의 뾰족 지붕은 마니산을, 너른 데크와 운동장은 펜션 앞 너른 들을, 건물과 건물 사이의 데크는 강화와 김포 사이의 염하를 담고 있는 것.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톡톡 튀는 벽지, 깔끔한 주방으로 꾸민 펜션 내부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머무는 동안 편안함을 제공한다. 펜션에는 2~8명이 이용할 수 있는 11~17평 객실 6개가 준비돼 있다. 이용료는 주말 기준 10만~15만원이다. 문의 010-2060-8790, marisolpension.com

3 맛집
강화도는 선수 밴댕이횟집촌과 더리미 장어구이 마을, 각 포구의 횟집촌 등 먹을거리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초지대교 건너 자리하고 있는 퓨전궁중두부(032-937-7921)를 찾아가보자. 한 가족이 먹을 수 있는 대장금두부수라탕(3만원)과 해물떡볶이(2만원)가 맛있다. 두부를 그날그날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특징. 강화군청 건너편 시장 안쪽에 자리한 우리옥(032-934-2427)은 강화도식 단출한 백반을 먹을 수 있는 집이다.

4 찾아가는 길
서울 올림픽대로를 따라 김포공항 방향으로 가다 부천·강화·김포공항으로 갈라지는 길에서 강화 방향 48번 국도로 진입한다. 김포를 지나 대명포구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서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도로 진입한다. 우회전하면 곧바로 퓨전궁중두부가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다. 다음 삼거리에서 길상면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길상면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전등사-정수사-분오리-동막리-선수포구로, 우회전해 불은면 방향으로 가면 옥토끼우주센터-강화읍-강화곤충농장-심은미술관-창후리선착장-교동도가, 직진하면 마니산-펜션 마리솔두레말-선수포구로 이어진다.

기획 / 김민정 기자 글&사진 / 한은희(여행 작가)
출처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10&artid=10122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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