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폭포는 칠선계곡의 마지막 폭포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마폭포에서 산길은 계곡과 헤어져 천왕봉까지 물 없이 가파른 바윗길이 이어진다.

칠선계곡 폭포 중 가장 웅장하다는 대륙폭포.

10년 만의 칠선계곡 상봉에 들뜬 등반객들.

칠선계곡을 지나오면 천왕봉의 장엄한 일출을 마주할 수 있다.

원시자연림과 폭포수, 늪이 번갈아 펼쳐진다.(좌) 칠선계곡은 산세가 험해 ‘죽음의 계곡’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험준한 만큼 사람 손때 묻지 않은 비경을 자랑한다.(우)

글/사진· 장승윤 기자




<10년만에 인간을 `허락'한 지리산 칠선계곡>
(함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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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솜대 군락지..등산로 조릿대ㆍ돌이끼 단장
공병설 기자 = 휴식은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자연에는 더욱 절실한 것임이 분명했다.

지난 11일 설레이는 가슴으로 찾은 지리산 칠선계곡은 10년 만인 사람의 발길이 달갑지 않은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우거진 수풀과 나무, 힘찬 폭포소리에서 터질 듯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기운만은 감추지 못했다.

추성마을을 출발해 가쁜 숨을 고르며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간 지가 어언 1㎞.


고갯마루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저 멀리 계곡의 끝자락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뒤주에서 이름을 땄다는 자연마을 두지동,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멱을 감았다는 선녀탕을 지나 등산객 출입을 통제하는 비선담 통제데크.

추성마을에서 그곳까지 4.3㎞ 구간은 출입이 계속 허용돼 왔지만 통제데크 이후로는 지난 10년 간 인적이 끊겼던 구간이다.

일주일에 네 번만 개방된다는 통제데크 문을 지나 큰 바위를 넘어서자 올라오면서 본 것과는 사뭇 다른 경치가 또 다시 펼쳐졌다.

10년의 세월을 말해 주듯 곳곳에 형성된 조릿대(산죽) 군락지를 두 손으로 헤치지 않고는 도무지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다. 등산로는 돌이끼로 뒤덮인 것이 마치 원시인의 옷차림을 보는 듯 했다.

계곡 전체가 가히 `자연박물관'이었다. 해발 1천400∼1천900m 사이에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자주솜대가 군락지를 만들었다.

한국 특산종인 자주솜대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지리산과 평안북도 노봉, 함경남도 차일봉 등지에 서식하는 보호종이다.

칠선계곡에는 땃두릅, 만병초, 산겨릅나무, 백작양 등 다른 보호대상 식물의 개체 수도 많이 늘었다. 구상나무, 주목, 가문비나무 등 지리산의 아고산대 식물종도 그곳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

주목은 대개 흉고둘레(가슴높이둘레ㆍDBH)가 1∼3m 이상이었고 특히 해발 1천430m 지점에 있는 수령 500년의 가장 큰 주목은 어른 3명이 두 팔을 벌려 손을 맞잡아야 간신히 껴안을 수 있을 정도였다.

2002년 77종이었던 식물은 145종, 조류는 23종에서 30종, 파충류는 3종에서 7종, 고등균류 64종에서 77종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한반도 고유 어류인 왕종개, 쉬리, 꺽지, 얼룩새코미꾸리와 물까마귀도 발견된다.

지리산에서도 가장 험준하고 경사가 급해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기도 하는 칠선계곡의 중봉과 하봉은 몸을 들여놓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예전엔 맹수, 사향노루 등이 살았고 2001년 자연자원조사와 2002년 자원모니터링 보고서에는 반달가슴곰과 사향노루가 서식했다는 주민 증언도 담겨 있다.

칠선폭포, 대륙폭포, 삼층폭포, 마폭포 등 7개 폭포와 비선담, 선녀탕, 옥녀탕 등 크고 작은 33개의 담(潭)과 소(沼)가 있는 칠선계곡은 지리산 중에서도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기에 충분한 자태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비선담부터 천왕봉까지 5.4㎞ 구간을 다시 국립공원 특별보호구로 지정해 올해 1월부터 2027년까지 출입이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등 특별 관리하기로 했다.

공단 관계자는 "예전 모습을 많이 되찾았지만 5월부터 출입이 부분 허용되면서 돌이끼가 조금씩 줄어드는 등 벌써부터 후유증이 나타난다"며 "2009년까지 예약탐방제를 시범 운영한 뒤 결과를 분석해 개방 여부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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