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갑판에서의 식사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새하얀 크루즈 선박은 푸른 대양을 유유히 가로지르고 부드러운 지중해의 햇살은 수면에 닿아 반짝거린다. 눈부신 해변과 산호초를 찾아, 낭만 가득한 섬들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마음은 두근두근 설렘으로 가득하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서 크루즈 여행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함께 크루즈 여행의 꿈을 키웠던 때가 있었다.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내게도 호화스러운 크루즈에 몸을 실을 날이 올까 싶었는데, 그 꿈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외국의 부호들이나 셀레브리티들만을 위한 여행으로 인식되었던 크루즈 여행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고, 이제는 비교적 쉽게 크루즈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허니문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역시 크루즈 여행이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 위의 새하얀 점 하나. 과연 그 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생에 단 한번뿐일 우리의 특별한 허니문을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지중해로의 크루즈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이 세상에 크루즈만큼 로맨틱하고 멋진 공간이 또 있을까! 다시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다.
크루즈 여행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뭐니 뭐니 해도 맨 처음 크루즈 선박과 대면할 때가 아닐지. 멀리 조그맣게 보이던 선박이 항구에 가까워지면서 비로소 그 규모를 실감케 하는데, 총 길이가 270m에 이르고 높이가 15층에 달한다. 거대한 크루즈 선박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는지, 세상의 주인공이 된 듯 설렘이 두 배가 된다. 승선을 기다리는 선박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그 규모는 보는 사람 모두를 압도한다. 배웅 나온 친지와 친구들의 동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하얀 유니폼을 차려 입은 승무원들의 환영 속에 호화 크루즈 선박에 탑승하는 경험은 크루즈 여행이 선사하는 예기치 않은 선물이다.
기대에 부풀어 이것저것 다 챙기느라 천근만근 무거워진 짐은 항구의 포터들에 의해 착착 운반되고, 작은 수트케이스만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선박에 탑승하는 기분이란. 얼굴에 한 가득 나타나는 흐뭇함을 감출 길이 없다. 크루즈 선내 곳곳에서 만나는 승무원들은 따뜻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넨다. 친절한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여 깔끔하게 정돈된 크루즈의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제 정말 크루즈 탑승했구나! 실감하게 된다. 객실을 둘러보고 객실에 딸린 발코니로 나가 항구의 전경을 감상할 때 즈음 2,700여명의 승객을 태운 거대한 크루즈 선박은 굉음을 내며 출항을 시작한다.
크루즈에서의 생활은 상상 그 이상이다. 크루즈가 제 아무리 거대하다고는 하나, 그래도 ‘배’라는 관념에서 미처 다 벗어나지 못했던 우리에게 크루즈는 새로 발견한 신세계 같다. ‘배’라기보다는 마치 거대한 리조트에 와있는 느낌, 혹은 해상에 떠있는 도시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싶다.
105,000톤의 으리으리한 크루즈 선내에는 총 4개의 레스토랑과 11개의 바와 카페, 3개의 수영장과 어린이 전용 수영장, 5개의 자쿠지를 갖추고 있다. 카지노와 디스코텍은 기본! 헬스클럽, 사우나, 뷰티살롱에다 면세점까지 들어와 있다. 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위해 마련된 도서관, 인터넷 카페, 전자오락실 등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3층 높이의 대극장에서는 매일 매일 다양한 쇼와 콘서트 등이 열리는데,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에서 화려한 라스베가스 쇼까지 유명 가수들과 뮤지션들의 음악 연주가 펼쳐진다. 크루즈 선내의 많은 부대시설과 설비 때문에, 여행 초기에는 덱플랜이라고 하는 크루즈 선내 지도를 들고 다녀야 했고, 때때로 선내에서 길을 잃기도 했다면 믿어질까?
크루즈에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선내 부대시설과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대부분 무료라는 사실이다. 크루즈 선내에서의 모든 식사와 정찬 또한 무료로 제공된다. 즉 내 집처럼 부담 없이 들러서 맛있는 요리와 고급 서비스를 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화려하게 꾸며진 정찬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풀코스 요리부터 편안한 뷔페 레스토랑, 객실에서 편안하게 주문하는 룸서비스 역시 무료다.
크루즈에는 다양한 부대시설 이외에도 다채로운 선상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선장이 주최하는 칵테일 파티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크루즈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영화나 시상식에서만 보아왔던 우아한 이브닝 드레스와 칵테일 드레스, 턱시도로 갈아입은 승객들이 선장과 직접 만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신혼 여행객들만을 위한 허니무너 칵테일 파티나 커플들을 위한 커플스 파티에 참석하여 다른 승객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도 크루즈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다.
크루즈 여행 중 만나는 새로운 도시 풍경과 이국의 정취 역시 크루즈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지중해 크루즈 여행의 경우 대양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 다른 기항지를 방문한다.
따사로운 태양 아래 허브와 올리브가 자라고 짙은 보라색의 라벤더 밭이 펼쳐지는 지중해는 언제나 향기롭다. 하얀 벽을 타고 앙증맞은 꽃이 만발한 지중해 풍의 건물들, 눈을 감아도 생생히 떠오르는 미코노스의 해변을 비롯해 세잔느의 집과 인상파 미술들을 만날 수 있는 마르세이유, 쇼팽과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의 자취를 만날 수 있는 마요르카 섬과 크리스토퍼 콜롬버스의 생가가 있는 이태리의 제노바에 이르기까지. 지중해에는 역사와 문화,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있다. 꼭 유명한 관광 명소나 기념비적인 건물이 아니더라도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예쁜 기념품 가게나 양지바른 곳에 위치한 노천 카페, 주말에 열리는 꽃 시장의 풍경은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 한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한아름 안겨주었던 허니문 크루즈 여행은 이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그곳에서 가졌던 감동과 즐거움은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한다. 꿈꿔왔던 것보다 훨씬 특별했던 이번 허니문 크루즈는 인생의 새출발을 앞둔 우리에게 더없이 값진 경험이자 선물이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우리의 앞길도 망망대해를 유유히 떠다니는 크루즈처럼 순항만이 계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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