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에서 제국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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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고, 로마에선 로마의 법을 따라야 했다. 모든 것의 기준이 로마가 될 만큼 위대했고 강성했다. 아주 오래 전에 멸망했을지언정 그날의 영광들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로마에는 물론이고, 유럽 곳곳에, 터키에, 그림 속에, 건물들 사이에, 신화 속에, 그리고 책 속에 말이다. 강성했던 로마 제국은 도시 로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안타깝지만 여기 저기 부서진 로마의 유적 속에. 하지만 그 흔적들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이것이 세월이고, 이것이 역사라고,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 하루 아침에 사라지진 않는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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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처럼 콜로세움은 경기장이자 극장이고, 회합의 장소였다. 최대 지름이 180m, 3층 높이, 지하 공간, 관객석과 그늘을 만들어 주는 천막, 게다가 이 천막은 접었다 폈다가 가능한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둥근 구조와 이를 둘러 싼 관중석, 내부의 선수대기실 등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 도시들이 갖고 있는 경기장 형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닮아있다. 로마인들은 콜로세움을 비롯한 로마 역사, 건축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컸는데 바로 이러한 결과를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콜로세움은 3개의 층으로 이루어졌는데 각 층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시대를 거치면서 무너지고, 다시 지어졌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운동장이 아닌 미로를 보게 된다. 지하에 있었던 공간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이 곳에 검투사와 싸우게 될 맹수와 검투사 본인도 갖혀 있었다. 안에는 감옥도 있었다고 하는데 죄수를 상대로 잔인한 일이 벌어졌던 것은 상상하는 대로다. 후엔 기독교인들의 박해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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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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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로마노는 냉정하게 얘기하면 폐허다. 온전한 모습보다는 허물어지고 파묻혀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세월에 허물어지는 대로 그대로 둔 탓이다. 하지만 쓰러진 담장, 기둥만 남은 신전, 터만 남은 건물자리 등을 걷다 보면 오히려 이것이 더 자연스럽다. 무너지지 않게, 쓰러지지 않게 보존 하는 것과 보수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너무나 말끔하게 콘크리트가 발라져 있다면 오랜 세월의 흔적과 역사보다는 이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도 땅을 파고 비에 젖은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가며 발굴작업이 한창이다. 로마는 도시 위상에 비해 전철 노선이 단순한 편인데, 어디에 있을지 모를 발굴되지 않은 유적을 고려해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회정 이었던 자리, 승전장군의 이름이 새겨진 또 하나의 개선문, 카이사르의 화장이 치러진 곳, 무언지 모를 터…이리저리 걸으며 로마인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자주 들렀다는 시오노 나나미를 떠올린다. 그녀는 여기에서 그 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폐허에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 포로로마노지만 무궁무진한, 우주보다 깊고 큰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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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로로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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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누엘레 기념당은 크고 높은데다 흰 색이라 로마 시내 어디에서나 잘 보인다. 전쟁 중에 죽은 군사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불꽃이 1년 365일 꺼지지 않고 타고 있다. 시원한 기둥들로 이루어진 기념당은 미끄러질 듯 매끄러운 하얀 대리석이다. 하늘로 솟은 기둥들이 줄지어 있고, 양쪽 정상으로는 말을 타고 있는 동상이 장식하고 있다. 끝 없이 이어질 듯한 계단을 따라 올라 가면 그만큼의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시원한 전망. 아마도 로마에서 입장료 없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 아닐까 한다. 기념당에서 내려다 본 로마는 아름다운 고도 그 자체다. 조각으로 장식된 둥근 돔의 지붕이 곳곳에 보이고, 스러지다 만 유적, 기울어진 기둥, 진한 황토 빛의 이름 모를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분위기를 망치는 현대적인 건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천년 고도다. 늦은 저녁 파란 하늘이 점점 검은 빛을 띄어 가고, 구름마저 내일 날씨를 말해주는 듯, 점점 검은 빛을 띄어 간다. 한 켠으로 작은 카페가 자리한다. 인위적으로 만든 카페라기 보다는 오고 갔던 사람들의 필요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들어 앉은 듯 하다. 난간에 앉아 로마를 자세히 내려다 보고, 카페에 앉아 하늘 아래 로마를 본다. 로마인의 자존심은 아직도 유효하다. 세계적인 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제국을 만들었고, 그 제국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로마의 법, 건축, 예술과 정치와 사상… 비록 놀기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치부될 지 언정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제국은 역사 속에서 아직 영원하고 강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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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마누엘레 2세 기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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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로마노와 바로 연결되는 캄피돌리오는 얼핏 지나칠 수 있는 곳이다. 옆에 거대하고 하얀 엠마누엘레 기념당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포로로마노 만큼 유명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캄피돌리오에는 몇 가지 비밀이 있다. 그 첫 번째는 포로로마노의 전망이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전망을 제공하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 바로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뒤로 돌아가면 나오는 전망대다. 딱히 전망대라고 할 것도 없지만 난간에 기대어 많은 사람들이 벌써 포로로마노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높이도 있고 주변이 훤하게 뚫려 있어 눈에 걸리는 것 없이 시원한 전망이다. 그 두 번째 비밀은 로마 탄생에 관한 것이다. 크지 않지만 두 명의 아이가 늑대의 젖을 먹고 있는 동상이 높이 솟아 있는데, 바로 이 두 아이가 로마의 시조인 쌍둥이 형인 로물루스와 동생인 레무스다. 로물루스는 전쟁의 신인 마르스와 한 왕가의 딸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테레베 강에 버려졌고 이후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 로마를 세웠다고 한다. 도시 이름이 로마인 것도 형인 로물루스의 이름을 땄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 번째 비밀은 광장에 있다. 광장은 계단을 올라오면 중앙과 좌우에 건물이 총 3개가 자리한다. 하지만 좌우의 건물이 입구를 향해 벌어진 모양이라 가운데 광장은 자연스럽게 사다리꼴 형태가 되었다. 이곳은 미켈란젤로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광장이 사다리꼴이 된 것은 마주하는 좌우의 두 건물을 바티칸을 향하게 하여 중앙의 궁을 중심으로 90도가 넘는 각도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당시 직각이 아닌 건물의 배치는 생각할 수 없었는데, 미켈란젤로가 그 정형을 깬 것이다. 이로 인해 광장은 성스러운 바티칸을 향했고, 또 같은 공간에 비해 훨씬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갖게 되었다. 기하학적으로 그려진 바닥의 선들 역시 광장을 넓어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를 준다. 좌우의 건물은 현재 미술관, 박물관의 용도로 사용된다.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보다 광장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이 더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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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피돌리오로 가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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