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마의 수도 낫소
 
시내를 걷다 만나는 진한 피부색의 사람들은 누구든 쉽게 랩을 중얼거릴 것 같고, 흉내내기 힘든 춤을 그 자리에서 선보일 것 같다.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이층 건물들 사이를 다니다 보니 서부 개척시대로 날아온 듯 하다. 낫소는 진정한 올드 타운, 낡은 청바지와 왜건(Wagon) 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아틀란티스의 발견
유난히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낮은 건물 일색인 바하마에서 유난히 높은데다 두 건물의 중앙이 아치로 연결됐으니, 승객들은 아침 일찍부터 크루즈의 난간에 매달려 사진을 찍고 있다. 아틀란티스 리조트다. 마이클 잭슨의 전용 스위트 객실이 있고, 세계적인 명성의 카지노가 있는 곳, 헐리우드 스타들과 부호들이 휴가차 다녀가면서 수백만 달러를 우습게 쓰는 최고의 리조트. 전설 속의 잃어버린 도시 아틀란티스를 컨셉으로 지어진 이 리조트는 단순한 숙박장소 이상으로 작은 장식 하나에도 호화로움을 잊지 않았다. 아틀란티스는 낫소 옆의 작은 섬인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에 있어 페리를 타고 간다. 부띠그 브랜드 샵들을 갖춘 마리나 빌리지(Marina Village) 옆으로는 반짝반짝 빛나는 근사한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카리브 해에 있는 리조트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래야 개인 요트를 타고 와 주차하듯 정박하고 휴가를 즐기고 돌아 갈테니. 아틀란티스의 입구는 명품샵이고 바로 카지노가 이어진다. 안내하던 가이드가 멈추어 선 곳은 크리스탈 게이트(Crystal Gate)라는 곳, 가공하지 않은 원석 같은 크리스탈이 마구 꽂혀있다. 아틀란티스를 거대한 도시로 봤을 때 도시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 생각해 만든 장식이란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태양의 신전(Sun Temple)이 붉게 이글거리고, 초대형 샹들리에가 보인다. 물론 카지노는 1층 전체를 다 차지하고 있고 전설과 신화의 인물, 장면들로 장식되어 있다. 한 눈에 보아도 호화로움이 전해지는 곳, 서울에서 멀리 오긴 왔나 보다.
아틀란티스 호텔
잃어버린 도시를 물 속에서 찾다
1층 로비의 화려한 장식과 카지노를 금새 잊게 만드는 것은 지하의 거대한 수족관이다. 수족관이야 웬만한 관광지에는 다 있지만, 아틀란티스는 스케일과 규모, 내용 그 모든 것들에서 그들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로비에서 지하로 내려가면서 시작되는 수족관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벽 한쪽이 모두 수족관이고 내부엔 잃어버린 도시의 흔적인양 석조건물이 무너져 있다. 그 사이로 모양도 색도 낯선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노닐고, 잠수부가 거대한 수족관 안에서 살금 거리며 뭔가를 하고 있다. 수족관은 이리저리 이어지고, 보여주는 물고기들도 랍스터부터 마치 화석에서 튀어 나온 듯한 물고기까지 규모뿐 아니라 내용도 다양하다. 고대의 잠수 장비를 설치한 곳, 불가사리를 만질 수 있는 체험장, 유리관을 통해 지상의 건물이 보이는 곳 등 수족관에서는 금새 카지노의 위용과 화려함을 잊게 된다. 밖으로 나오니 크루즈에서 본 바로 그 건물이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색의 야자수와 푸른 풀장에 둘러싸인 주황색의 건물이라니… 색깔도 모양도 경이롭다. 이곳 어딘가에 그 화려하다는 마이클 잭슨의 방이 있겠지. 수영장과 연못, 열대의 수풀, 고대양식을 본 딴 듯한 건물들 사이로 들어가니 다시 수족관이다. 이번엔 터널이다. 머리 위로 상어와 가오리가 지나가고 그 위로는 푸른 하늘이 물에 어른거린다. 잃어버린 도시 아틀란티스는 여기에 이렇게 가라 앉아 있었나 보다.
아틀란티스의 수족관
낫소, 레게 음악이 거리를 채우는 곳
크루즈에서 내려 유치하지만 파란 하늘아래 가장 아름다운 빛을 보여주는 화려한 건물을 지나면 바로 낫소 시내다. 시내, 시외로 구분할 것도 없이 작은 곳이지만 거리의 상점에서 파는 물건은 그렇지 않다. 가장 흔한 품목이 다이아몬드요, 루비나 사파이어와 같은 보석 가게가 가장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말끔하게 잘 가꿔진 상점 안에 고이 모셔져 있던 브랜드 상품들은 한집 건너 하나씩이요, 어떤 곳은 두 세 개의 브랜드를 한 곳에 진열해 놓고 팔기도 한다. 마치 할인점처럼. 그렇다. 바하마는 면세국가로 세금이 없는 곳이다. 판매되는 상품의 디자인과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웬만한 면세점 보다는 저렴하다. 높지 않은 건물을 모두 목조로 지어졌고, 거리는 좁지만 의외로 자동차와 관광용 마차로 빡빡하다. 크루즈가 들어오는 날은 유난히 사람이 더 많겠지 싶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현지인들은 대부분이 흑인들이다. 머리를 땋으라고 권하기도 하고, 가게에 들어와 구경하고 가라고 한다. 전통 악기를 파는 젊은이는 카메라를 들이대자 북을 연주하는 포즈를 취해주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건물 사이에 지중해 풍의 작은 거리가 숨어있었다. 시가 가게와 옷 가게, 액세서리와 기념품점, 폴로 매장, 레스토랑과 바가 옹기종기 적당한 규모로 들어 있어 한나절 쉬어 갔으면 싶다. 상점보다 거리의 시장을 구경하고 싶다면 크루즈를 나와 시내로 들어가기 전의 부두를 따라 가면 된다. 가건물처럼 지어진 곳에 시장이 이루어져있는데 기념품이나 현지인의 옷가지, 공예품들을 팔고 있는데 관광객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낫소는 어디서든 레게 음악이 흘러 나올 것 같은 거리다. 거리의 사람들 표정도 그렇고, 노래하듯 말하는 그들의 언어도 그렇다. 머리를 땋으라고 권하는 살집 좋은 아줌마도 음악만 나오면 온 몸을 신나게 흔들 것만 같다.
바하마 낫소 시내

잊을 수 없는 색깔의 섬, 세인트 토마스
 
미국 영토 안에서 ‘세인트’라는 지명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콜럼버스 상륙 당시 세인트 토마스란 사람이 발견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마이애미와 쿠바, 남미 사이에, 카리브 해와 대서양 사이의 80여 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버진 아일랜드(Virgin Islands)제도에 자리한 세인트 토마스는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중심지이다. 세인트 토마스는 카리브 해의 섬들 중 크루즈가 가장 많이, 자주 들어 오는 곳 중의 하나다. 밸러호가 들어가니 벌써 카니발 선박이 하나 더 들어와 있고, 몇 분의 시간차를 두고 다른 크루즈도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두에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중심지인 샤롯데 아말리는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제도의 수도지만 번화한 도시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카리브 해에 딱 어울리는 색깔과 사이즈를 가진 이름처럼 예쁜 도시다.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카리브의 색.
카리브해의 쇼핑이 시작되다, 헤븐사이트 몰
이미 낫소에서도 경험했지만 쇼핑에 일가견이 있다면 카리브는 그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부호들이야 탈세를 하건, 돈 세탁을 하건, 잠시 들르는 여행객에겐 반가운 면세 지역이다. 그 동안 콧대 높게 명품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들이 이곳에선 세일이란 빨간 글자까지 이고 있으니 말이다. 운이 좋다면, 심지어 ‘Clearance Sale’ 이란 푯말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흥분하지 않기를. 크루즈 승객을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택시 기사들이다. 카리브의 택시들은 일반 승용차가 아니라 트럭을 개조한 것이다. 천정만 있는 뒤 칸에 일렬로 의자를 만들어 넣었는데, 거리를 메우는 차량의 대부분이다. 색깔도 가지가지, 경쾌한 원색이다. 택시들을 지나면 헤븐사이트 몰이다. 몇 개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쇼핑군락으로 어디부터 가야 할 지 망설여지는데 보석과 시계 같은 귀금속류, 카메라와 렌즈, MP3같은 소형가전 제품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열대의 분위기가 확 살아나는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와 밀집모자, 수영복은 쇼핑의 주 아이템이다. 그래도 쇼핑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버진 아일랜드 혹은 섬 이름이 확연히 찍힌 작은 기념품들, 카리브의 색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으니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겠다. 샵들 사이로 카페와 레스토랑이 간간히 자리한다.
헤븐사이트 몰 앞의 항...
파라다이스 포인트, 최고의 풍경을 보다
지도를 보아도 세인트 토마스의 모습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어디 높은 곳에 좀 올라 보고 싶은데, 그래야 크루즈가 정박한 항구가 한 눈에 들어 올 것 같은데, 이 작은 섬에선 5층짜리 건물도 없다. 크루즈가 거의 13층이니, 전경 한번 보려면 아마 산을 올라야 하나보다 하는 찰나 헤븐사이트 몰 한쪽 끝에 케이블카가 보인다. 푸른 바다와 그보다 더 푸른 하늘, 초록 색의 열대 숲이 가득한 세인트 토마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파라다이스 포인트다. 케이블카는 느릿느릿 올라가며 섬의 풍경을 보여준다. 역시 제일 장관은 크루즈가 정박해있는 항구이며, 그 뒤로 곡선으로 이어지는 섬의 해안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열대의 꽃과 식물이 만발한 전망대다.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목조 계단을 따라 올라 가니 전망대 가장 끝 돌출된 가장 좋은 자리는 노부부가 앉아 날씨만큼이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머리 속이 아련히 텅 비는 자리, 그 곳에 앉는 다면 누구든 그런 표정이 나올 듯 하다. 이런 최고의 전망에 카페가 아니 들어 올 수는 없다. 케이블카 한쪽으로는 항구를 비롯한 섬 일대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카페다. 어쩐 일인지 전망대와는 반대로 카페엔 젊은 커플들이다. 맥주 한 병, 주스 한잔을 놓고 서로 말이 없다. 이런 풍광을 놓고 무슨 할 말이 필요할런가, 감탄사를 빼면 누구라도 말이 없어진다.
파라다이스 포인트
다운타운, 샤롯데 아말리
세인트 토마스의 중심지는 샤롯데 아말리다. 크루즈에서 내려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구리 빛 피부의 택시 기사에게 다운타운으로 가자고 한다. 몇 명의 일행을 더 태운 택시는 정원 같은 헤븐사이트 몰을 빠져나가 조금 혼잡한 공사지역을 지나 해안 도로를 잠시 달린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넘실거리는 바다를 바로 옆으로 두고 달리는 이 해안 도로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겠다. 아름다운 길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정말 바다가 넘칠 것 같은 두려움이 들다니 아무래도 그 동안 재난 영화를 너무 본 탓이다. 카리브해의 바람을 실은 택시는 호선형의 구도로 휘어지는 해안 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려간다. 옆으로 보이는 바다는 너무나 푸르다. 정확히 얘기하면, 푸른 색은 아니다. 맑은 하늘이 뜨고, 햇살이 비치면 어디에도 없는 고유의 색이 된다. 이 색을 설명할 단어가 있을까. 택시가 선 곳은 넘칠듯한 바다 바로 옆, 사람들의 활기와 색, 차가 어우러진 복잡한 거리다. 한쪽은 사람들이 내리고 타느라 택시와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또 한쪽은 작은 재래시장에 알록달록한 꽃무늬 옷이 활짝 열렸다. 열대 밀림을 거뜬히 헤치고 갈만한 칼로 솜씨 좋게 야자열매를 내려치는 중년의 아저씨는 카메라를 보더니 1달러를 내면 포즈를 취해준다며 장난을 친다. 택시에서 내린 사람은 흩어져 쇼핑거리로 사라진다. 카리브 해 지역의 지오다노 격인 캐주얼 브랜드 Del Sol을 시작으로 좌우로 거리가 시작된다. 야트막한 건물들은 카리브 대부분의 섬들이 그렇듯 면세라는 장점을 살려 귀금속과 보석들을 팔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가장 흔한 것이 다이아몬드이고 사파이어다. 시계도 널려있고, 명품 브랜드도 흔하다. 문외한이 보더라도 대략 면세점보다는 저렴해 보인다. 곱게 원피스를 차려 입고 멋스럽게 선글라스까지 얹은 중년의 부인이 시원한 음료한잔 하고 가라고 부른다. 카메라를 보고 생긋 웃어 주어 여유가 묻어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산다면 치열한 호객보다는 그녀처럼 같이 어울리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세인트 토마스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대조적이고, 강렬하기만 하다. 누군가 이곳의 콘트라스트를 최대한으로 올려 놓은 것 같다. 각각의 색깔은 너무나 날카롭고 강렬해 시력을 잃을 것만 같다. 여기에 햇살까지 더해지니 카리브 해에서 선글라스는 멋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샤롯데아말리
섬 안의 섬, 세인트 존스
여러 개의 섬을 가진 버진 아일랜드 제도에서 세인트 존스는 세인트 토마스에서 45분 거리에 있다. 사실 세인트 토마스도 하루의 일정을 가진 크루즈 여행객에게 좁은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카리브에서 어느 한 섬이라도 봤다면 다른 섬은 또 어떤 풍경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커다란 크루즈 사이에서 출발한 작은 페리는 섬을 빠져나간다. 제도라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주변엔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무인도도 있지만 이런 섬들은 역시나 휴양지 인지라 바다와 해변이 인접한 곳이면 체인 호텔들이 리조트를 지어놓고 휴가객을 부르고 있다. 물론 리조트 만큼 좋은 개인 별장들도 풍경 좋은 곳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개인 요트를 타고 유유자적하는 여행객들도 많으니 카리브에서는 크고 작은 호화 요트를 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인트 존스는 섬 전체 도는데 몇 시간 걸리지도 않고, 병원이 없을 만큼 작은 곳이니 조심하라는 가이드의 설명은 섬의 크기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바다와 접한 섬의 외곽을 따라 돌아보는 일정 내내 마주치는 차도 적고, 사람은 더더욱 적고 숲은 울창하다. 이런 숲에도 뱀과 원숭이는 살지 않는다고 하는데 천적인 망구스가 많아서라고 한다. 섬을 한 바퀴 돌면서 가장 보기 좋은 것은 옥 빛의 바다와 어우러진 섬의 전경이다. 바다엔 요트가 떠 있고 멀리 다른 섬이 보인다. 가까이 발 아래로는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이고 수영하는 사람,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이다. 세인트 존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은 트렁베이(Trunk Bay)로 세계 5대 해변으로 꼽힌 곳이다. 멀리서 봐도 밟기에도 아까울 만큼 새하얀 모래가 빛이 난다. 곡선으로 휘어진 해변 옆으로 돌출된 작은 만이 있으니 해변은 파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언제나 잔잔하고 평화롭다. 섬도 언제나 평화롭다.
세인트존스

두 개의 나라, 두 개의 매력 세인트 마틴
 
해변에 있는 사람들 머리 위로 닿을 듯 여객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었다. 마치 합성한 것 같은 이 아슬아슬한 사진은 공항의 활주로가 짧은 탓으로 카리브 해의 작은 섬 세인트 마틴이다. 이 신기한 장면을 두 눈으로 확인할 만큼 넉넉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깝다. 짧은 활주로가 만들어낸 신기한 장면 말고도 세인트 마틴에는 한가지 더 신기한 것이 있다. 바로 이 작은 섬에 두 나라, 그것도 유럽인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용하는 화폐와 언어는 모두 미국식이지만 엄연한 프랑스와 네덜란드 영토다.
필립스버그, 카리브 해에서 델프트 도자기를
크루즈는 네덜란드령 필립스버그에 도착한다. 아직 네덜란드는 잠을 깨지 않았는지 조용하고 택시 기사들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 섬에서 주요 이동 수단은 땅 위로 다니는 택시와 바다로 다니는 워터택시다. 워터택시는 말하자면 작은 배로 편도 US$3, 왕복 US$5이다. 택시 기사들은 단순한 이동 수단 이외에도 시티투어, 섬 일주 투어 등을 제공한다. 물론 혼자 이용하는 것 보다 여러 명이 모였을 때가 더 저렴하다. 필립스버그의 다운타운은 쇼핑거리다. 보석과 시계들, 귀금속과 장식품들을 팔고 거리엔 느릿한 걸음으로 이집 저집을 들락거리며 구경하는 관광객들이다. 이곳이 네덜란드의 영토임을 알려주는 것은 바로 도자기들, 델프트 도자기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풍차는 물론이고, 나막신, 찻잔, 벽을 장식할 장식 타일과 같은 네덜란드 풍의 물건과 장식품들이 대부분이다. 카리브해에서 네덜란드 산 도자기라니 세상이 좁은 건지 넓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쇼핑거리는 한 줄로 이어지고 복잡하지도 않다. 골목 사이사이에 작은 노점이나 시장이 형성되기도 하고 카리브해의 색깔이 가득한 물건들을 판다. 가게들의 장식도 개성적이다. 커다란 고릴라가 해먹에 누워있기도 하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탔을 법한 자동차가 문 앞을 장식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스타워즈의 등장인물과 음악이 가득한 스타워즈 기념품점도 있다. 상점들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전기료가 걱정될 만큼 어느 곳이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문 밖에까지 불어댄다. 골목에서 한 블록 떨어진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은 거리 야자수를 흔들고 있다. 한 블록만 건너가면 바다다. 시내와 해변이 이리 가깝게 붙어 있는 것은 도시인들에게는 언제나 신기할 뿐이다.
필립스버그 거리
크루즈, 해변에 뜨다
우리나라는 아니, 대부분의 나라는 항구와 해변, 비치의 바다 물 색이 극명하게 다르다. 아무리 아름다운 해변을 갖고 있다고 해도 항구에는 크고 작은 배가 수시로 드나드느라 검은 빛의 물에 심지어 기름이 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카리브 해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항구에서 수영이 금지되어 있을 뿐, 물의 깊이만 다를 뿐 그 빛은 거의 비슷하다. 항구 마저 도 투명하도록 깨끗한 바다를 가진 것이다.필립스버그 다운타운 쇼핑가에서 한 블록을 건너니 바로 바다. 와~ 하는 탄성과 함께 하얀 해변에 바로 와 닿는 햇살 때문에 눈이 부시다. 태양이 구름 뒤로 오락가락 하며 비도 간간히 흩뿌렸는데 해변은 왜이리 눈이 부신지 모르겠다. 파도도 밀려온다. 한쪽 멀지 않은 곳에 타고 온 크루즈가 떠 있다. 항구와 가까운 해변이라니… 역시 카리브 해의 자연은 우리가 그 동안 겪은 것들과는 차이가 있다. 해변에는 선탠 의자와 파라솔이 이어진다. 그 아래 햇살을 만끽하는 사람들이고, 바다에는 목 만 내놓고 둥둥 떠다니며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파라솔 아래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 아이와 함께 해변을 뛰어다니는 부모, 수영하는 연인… 그 속에서 원색의 천을 몸에 감은 현지인들이 관광객들에게 수공예품을 팔러 다닌다. 이들이 선택한 색은 진한 피부와 잘 어울리는 카리브해의 색이다. 가방, 옷가지, 머리 장식까지 부조화 속에 완벽한 원색의 개성을 살린 색이다. 이들이 아니라면 소화하기 힘들겠다. 해변과 다운타운 사이에는 바와 레스토랑들이라 바다를 바라보며 한 잔의 여유까지 즐긴다. 바람과 햇볕, 바다와 하늘 그리고 저 만치 떠 있는 크루즈의 유유자적한 모습까지.
해변에서 본 크루즈
세인트 마틴의 프랑스, 마리고
필립스버그를 출발해 마리고로 향하는 버스는 우리나라 버스였다. 너무나도 명확하게 좌석 위에 한글로 창측, 내측이라 써 있어 다른 승객들은 모를 혼자만의 웃음을 웃었다. 버스는 필립스버그 뒤편의 호수를 지나고 산 자락의 시골마을과 한적한 주택가를 지나면서 최고의 포토 포인트라는 곳에 잠시 멈춘다. 야트막한 언덕에서는 항구에 정박한 크루즈가 보이고, 파란 바다에 하얀 백사장 그리고 야자나무가 바람에 펄럭인다. 가히 최고의 풍경지역이라고 할 만하다. 유럽의 국경들이 그렇듯 세인트 마틴에서도 두 나라는 기념비 하나만으로 국경이 이루어진다. 아침이라 그런지 마리고는 조용하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식당들과 일찍부터 문을 연 작은 재래시장이 대조적이다. 한 쪽엔 항구가 있고 그 뒤로 식당과 쇼핑점들이다. 하지만 필립스버그에 비하면 레스토랑이 훨씬 많은 편이라 먹고 얘기하는 것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특징이 살며시 드러난다. 서서히 문을 여는 식당들은 프랑스처럼 실내 보다는 실외에 더 많은 테이블을 내 놓는다. 이런 날씨와 환경이라면 애써 실내로 들어가지 않을 법도 하다. 상점과 건물, 사이사이의 작은 호텔들은 이런 모습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작은 문, 흰색과 파란색의 극명한 대조로 칠해진 외부, 꽃을 올린 담장, 정원을 중심으로 둘러 선 호텔과 레스토랑.. 그 아래 선덱 하나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겠다. 관광객들 사이로 사라져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마리고

젊은 크루즈 카니발 밸러
 
크루즈에서는 모든 것이 정해진 일정에 맞춰서 돌아간다. 하지만 그 일정에 합류하느냐 마느냐는 완전히 본인의 몫이다. 식사와 강좌, 놀이 등은 알아서 돌아가고 있으니 시간 맞춰 먹고 싶으면 먹고 아니면 말고, 함께 놀고 싶으면 놀면서 스스로 일정을 만들어 간다. 수영을 하던지,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는 배를 달리며 조깅을 하던지 그도 아니면 하루 종일 태양아래 낮잠을 즐겨도 좋다. 하지만 그러기엔 조금 힘들 것이다. 카니발 크루즈는 ‘FUN’ 을 주제로 한다. 그러니 야외 덱에만 나가면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환호가 끊임 없이 들린다. 자꾸 눈과 귀가 그리고 몸이 그쪽을 향한다.
젊은 크루즈, 가족을 위한 카니발 밸러호
크루즈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는 승객의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중 장년층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승객의 대부분이라는 생각인데, 마이애미에서 출발한 카니발은 그렇지 않았다. 젊은 부모와 어린 아이들, 연인들, 부모를 따라 온 학생들, 그리고 3대가 같이 온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노년층도 있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젊은 연인들이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시카고 근처에서 허니문을 온 젊은 부부도 있었다. 크루즈 내내 가장 보기 좋았던 승객은 2쌍의 연인이 함께 여행 온 것이었다. 자쿠지에 함께 들어가서 얘기하고 수영하고, 칵테일을 마시며 선 베드에 눕고, 또 배가 항구에 도착하면 수영복을 안에 받쳐 입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아마도 좋은 해변을 찾아가는 것이리라. 느긋하게 파도를 즐기다 배가 떠나기 전 돌아와 다시 따뜻한 물에 거품이 이는 야외 자쿠지를 찾을 것이다. 카니발 밸러에는 크게 수영장이 2개 있는데 하나는 배 앞에 하나는 배의 뒤 편에 있다. 일부러 그렇게 된 것도 아닐 텐데 앞 편은 주로 젊은 층과 아이들, 뒤 편은 가족들이 주로 점령하고 있다. 손녀를 데리고 뒤 편 수영장에서 물장난을 치던 할아버지는 증조 할아버지였다. 어린이 수영장에서도 인심 좋게 생긴 할아버지가 쌍둥이 두 손녀와 함께 작은 수영장 물이 넘치도록 놀고 있었다.
풀장의 젊은이들
춤과 음악이 흐르는 크루즈
낮에 야외 덱에 나가면 항상 흥겹고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중앙에 밴드가 있어 언제나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고 흥에 겨운 사람들은 어디서나 몸을 흔든다. 조용히 선탠을 하다가도 이 음악이다 싶으면 마시던 칵테일을 내려놓고 일어나 아무데서나 춤을 춘다. 다른 춤추는 일행이 있다면 바로 합류, 멋진 군무를 만들어 낸다. 때마침 10대 소녀들이 리듬에 빠졌다. 함께 온 듯한 아이들이 흐느적거리고 있을 때 멀리 있던 중년 여인이 합류하는 식이다. 한 잔 거하게 걸친 아저씨도 흥겨운 나머지 배를 출렁이고, 음악이 끝나자 모두들 그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갑자기 무대로 뛰어 올라간 젊은이들이 노래 가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 두 명이 시작해서 결국엔 댄스 그룹처럼 가사에 맞춰 팔을 올리고,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친다. 마지막은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으로 마무리, 한 편의 신나는 공연을 본 기분이다. 예상외의 공연에 모두들 환호와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승객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주어진 소품을 이용해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 미션이 내려지면 지원자는 커다란 양배추 인형 가발, 스카프, 바나나 등으로 익살스러운 무대를 만든다. 구경꾼들의 박수 소리로 승부를 매기고 승자에겐 경품이 돌아간다. 서구적인 스타일이라 그런지 승객들은 부끄럽거나 주춤거리는 기색은 없어 언제나 지원자가 넘친다. 그래서 이들은 크루즈 안에서 스스로 언제나 즐거울 수 있다.
낮의 야외 무대
스포츠 매니아를 위한 크루즈
춤이 내키지 않는 다면 운동도 좋다. 어디에서 운동을 할까 싶지만 그 넓은 크루즈 곳곳이 다 운동장이다. 아침이나 저녁, 햇살이 약해지면 트랙을 따라 조깅이 한창이다. 운동화와 간편한 복장으로 혹은 수영복을 그대로 입은 채로 바다와 하늘을 달린다. 한 낮에는 공이 밖으로 빠져나갈까 쳐진 그물 아래에선 배구와 농구가 한창이다. 함께 하고 싶다면 짝수로 팀을 이뤄 들어가 요청하면 된다. 여행지에선 친구가 되기 쉬운 법, 수락은 금새 이뤄진다. 배의 뒤 편에선 골프 강좌가 시작되었다. 바람이 불어 어려워하면서도 샷 동작을 가르치는 강사는 꼼꼼하게 녹화해 가면서 세심하게 동작과 포즈를 가르쳐 준다. 수영장 근처는 언제나 북적거린다. 평소에도 수영을 하거나 자쿠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다 여기에서 각종 이벤트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오후엔 수중 배구 대회가 열렸다. 양 팀이 서로 공을 넘기면서 자연스레 팀간의 경쟁이 붙었다. 얌전히 지켜보던 사람이 참지 못하고 들어가 선수교체를 선언하며 파이팅을 외친다. 어린아이들이 낀 게임도 진행된다. 거품이 일정도로 양팀에서 물장구를 심하게 치는 동안 선수는 컵에 담긴 물을 쏟지 않고 반대편으로 헤엄쳐 가는 것. 각종 반칙과 웃음이 난무하는 가운데 게임은 무승부가 된다. 그런가 하면 슬라이드는 항상 만원이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 온다는 것은 해 보지 않은 그 짜릿함을 모를 것이다. 법 앞의 평등, 남녀 노소 줄을 서서 기다리다 빙글빙글 돌아 안착하며 세찬 물 보라를 일으킨다.
운동중인 사람들
온전히 태양 아래 눕다
여행을 하다 보면 태양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시아인들 뿐인 것 같다. 언제나 햇볕 부족에 시달리는 백인은 태양만 보면 벗고 눕기가 일상다반사다. 흑인들도 마찬가지, 몇 시간이고 누워있어도 겨우 벌개지는 것뿐 그다지 타지 않으니 이글거리는 카리브 해에서의 태양에서도 당당하기만 하다. 크루즈 야외 공간이라면 어디나 선 베드가 있으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말 그대로 직사광선을 맞으며 빈둥거린다.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눈을 감고 빈둥빈둥 거리며 하루를 채운다. 크루즈 직원들은 이런 승객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시원한 음료를 배달한다. 한 두 잔씩 주문하는 음료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지 아예 얼음을 채운 통에 맥주를 가득 담아 발치에 두고 마시기도 한다.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맥주를 마시다 등이 너무 따갑다 싶으면 뒤집고, 오일을 한번 더 바르고, 덥다 싶으면 그늘로 한번 들어왔다 다시 나가고… 카리브의 태양은 정말로 강렬하다. 피부 세포 하나하나에 와 꽂히는 듯하지만 하루 종일 살랑거리며 부는 습기 없는 바람에 전혀 더운 기색 없이, 땀 흘리는 일도 별로 없이 하루를 보낸다. 그러니 조심할 새 없이 새카맣게 타고, 저녁에 방으로 돌아와 어깨와 발등에 남은 자국에 놀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카리브 크루즈에서의 추억을 그렇게라도 기록해야겠다.
태양아래 휴식
카니발 밸러 탐험
 
크루즈에 오르면 한 번쯤은 꼭 이용하게 되는 곳들이 있다.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지나가게 되는 카지노, 길게 뻗은 복도, 아침저녁 들르는 식당, 오다가다 보는 바… 등 주요 시설들을 찾아가 본다. 각각의 이름에 맞는 인테리어 구성이 더 재미있는데 특징이라면 젊은 층을 위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메인 로비
크루즈에 타면 한번은 꼭 거쳐가는 Deck 3의 메인 로비, 가운데 바를 중심으로 맞은편에 유리벽을 가진 4대의 엘리베이터가 운행하고 있다.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승객들도 자주 오게 된다. 메인 로비에서 대극장과 메인 식당을 갈 수 있다. 좌우에 기항지 관광, 크루즈의 프론트 데스크가 있다. 골프강습과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Deck 3 중앙에 위치.
메인 로비
메인 레스토랑 Washington and Lincoln Restaurant
카니발 밸러호의 메인 식당으로 모든 승객들은 자동적으로 두 식당 중 한곳에 지정 테이블이 마련된다. 아침과 점심이 제공되기도 하지만 저녁 정찬 코스 요리가 서비스 되는 곳으로 이곳에 갈 때는 특히 저녁이라면 좀 차려 입는 것이 좋다. 선장이 주최하는 갈라 디너가 열리는 날은 영화에서만 보던 파티분위기가 난다. 두 레스토랑은 거의 비슷하며 벽에는 붙어 있는 두 사람의 옆 얼굴이 다들 뿐이다. 위층과 아래 층을 이어주는 곡선의 계단이 남북 전쟁 당시의 건물 같은 분위기다. Deck 3~4 Washington레스토랑은 배의 뒤편에 Lincoln 레스토랑은 중앙부분에 위치.
레스토랑
카지노 Shogun Club
카지노가 없는 크루즈는 없다. 재산을 탕진해가며 온 몸 승부를 벌이는 카지노가 아니라 가족끼리 모여 카드 놀이를 하고, 동전으로 슬롯머신을 돌리는 수준의 카지노다. 카니발 밸러의 카지노는 쇼군, 일본어로 장군이다. 곳곳에서 사무라이 시대의 갑옷과 투구를 볼 수 있다. 작은 곳에는 게이샤의 정원까지 갖췄다. 카지노는 공해상에 있을 때 오픈 한다. Deck 5 중앙에 위치.
카지노
피아노 바 Lindy Hop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Charles Lindbergh를 상징해 만들었다. 천정에 매달린 당시의 비행기 모형, 피아노 건반처럼 장식한 바가 인상적이다. 저녁이면 카지노 소리 외에 가장 큰 소리가 나는 곳으로 젊은이들은 피아노 주변에 모여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른다. 크루즈 내에서 가장 요란하며 흥겨운 곳이다. Deck 5 뒤편에 위치
피아노 바
자바 카페
젊은 층이 많은 카니발 밸러호에서 가장 젊은이답고, 미국다운 곳이다. 카지노 옆에 작은 바 형태로 있지만 언제나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한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의 여유, 카니발 밸러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조각 케익도 함께 판매한다. Deck 5 중앙 뒤편 카지노 지나서 위치
자파 카페
나이트 클럽 One small Step
달 착륙을 기념하는 곳으로 검은 벽에 별처럼 반짝이는 것을 박아 놓아 전체를 우주처럼 표현했다. 바닥에 발자국을 남겨 달을 걸어간 것을 나타내는 등 곳곳이 우주와 같은 모양이다. 낮에는 수건/냅킨 접기 같은 프로그램이 열린다. Deck 5 중앙 뒤편 자파 카페와 나란히 위치
나이트클럽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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