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을 수 없는 색깔의 섬, 세인트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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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영토 안에서 ‘세인트’라는 지명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콜럼버스 상륙 당시 세인트 토마스란 사람이 발견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마이애미와 쿠바, 남미 사이에, 카리브 해와 대서양 사이의 80여 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버진 아일랜드(Virgin Islands)제도에 자리한 세인트 토마스는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중심지이다. 세인트 토마스는 카리브 해의 섬들 중 크루즈가 가장 많이, 자주 들어 오는 곳 중의 하나다. 밸러호가 들어가니 벌써 카니발 선박이 하나 더 들어와 있고, 몇 분의 시간차를 두고 다른 크루즈도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두에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중심지인 샤롯데 아말리는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제도의 수도지만 번화한 도시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카리브 해에 딱 어울리는 색깔과 사이즈를 가진 이름처럼 예쁜 도시다.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카리브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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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낫소에서도 경험했지만 쇼핑에 일가견이 있다면 카리브는 그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부호들이야 탈세를 하건, 돈 세탁을 하건, 잠시 들르는 여행객에겐 반가운 면세 지역이다. 그 동안 콧대 높게 명품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들이 이곳에선 세일이란 빨간 글자까지 이고 있으니 말이다. 운이 좋다면, 심지어 ‘Clearance Sale’ 이란 푯말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흥분하지 않기를. 크루즈 승객을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택시 기사들이다. 카리브의 택시들은 일반 승용차가 아니라 트럭을 개조한 것이다. 천정만 있는 뒤 칸에 일렬로 의자를 만들어 넣었는데, 거리를 메우는 차량의 대부분이다. 색깔도 가지가지, 경쾌한 원색이다. 택시들을 지나면 헤븐사이트 몰이다. 몇 개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쇼핑군락으로 어디부터 가야 할 지 망설여지는데 보석과 시계 같은 귀금속류, 카메라와 렌즈, MP3같은 소형가전 제품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열대의 분위기가 확 살아나는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와 밀집모자, 수영복은 쇼핑의 주 아이템이다. 그래도 쇼핑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버진 아일랜드 혹은 섬 이름이 확연히 찍힌 작은 기념품들, 카리브의 색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으니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겠다. 샵들 사이로 카페와 레스토랑이 간간히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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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븐사이트 몰 앞의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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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아도 세인트 토마스의 모습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어디 높은 곳에 좀 올라 보고 싶은데, 그래야 크루즈가 정박한 항구가 한 눈에 들어 올 것 같은데, 이 작은 섬에선 5층짜리 건물도 없다. 크루즈가 거의 13층이니, 전경 한번 보려면 아마 산을 올라야 하나보다 하는 찰나 헤븐사이트 몰 한쪽 끝에 케이블카가 보인다. 푸른 바다와 그보다 더 푸른 하늘, 초록 색의 열대 숲이 가득한 세인트 토마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파라다이스 포인트다. 케이블카는 느릿느릿 올라가며 섬의 풍경을 보여준다. 역시 제일 장관은 크루즈가 정박해있는 항구이며, 그 뒤로 곡선으로 이어지는 섬의 해안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열대의 꽃과 식물이 만발한 전망대다.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목조 계단을 따라 올라 가니 전망대 가장 끝 돌출된 가장 좋은 자리는 노부부가 앉아 날씨만큼이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머리 속이 아련히 텅 비는 자리, 그 곳에 앉는 다면 누구든 그런 표정이 나올 듯 하다. 이런 최고의 전망에 카페가 아니 들어 올 수는 없다. 케이블카 한쪽으로는 항구를 비롯한 섬 일대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카페다. 어쩐 일인지 전망대와는 반대로 카페엔 젊은 커플들이다. 맥주 한 병, 주스 한잔을 놓고 서로 말이 없다. 이런 풍광을 놓고 무슨 할 말이 필요할런가, 감탄사를 빼면 누구라도 말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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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다이스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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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토마스의 중심지는 샤롯데 아말리다. 크루즈에서 내려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구리 빛 피부의 택시 기사에게 다운타운으로 가자고 한다. 몇 명의 일행을 더 태운 택시는 정원 같은 헤븐사이트 몰을 빠져나가 조금 혼잡한 공사지역을 지나 해안 도로를 잠시 달린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넘실거리는 바다를 바로 옆으로 두고 달리는 이 해안 도로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겠다. 아름다운 길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정말 바다가 넘칠 것 같은 두려움이 들다니 아무래도 그 동안 재난 영화를 너무 본 탓이다. 카리브해의 바람을 실은 택시는 호선형의 구도로 휘어지는 해안 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려간다. 옆으로 보이는 바다는 너무나 푸르다. 정확히 얘기하면, 푸른 색은 아니다. 맑은 하늘이 뜨고, 햇살이 비치면 어디에도 없는 고유의 색이 된다. 이 색을 설명할 단어가 있을까. 택시가 선 곳은 넘칠듯한 바다 바로 옆, 사람들의 활기와 색, 차가 어우러진 복잡한 거리다. 한쪽은 사람들이 내리고 타느라 택시와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또 한쪽은 작은 재래시장에 알록달록한 꽃무늬 옷이 활짝 열렸다. 열대 밀림을 거뜬히 헤치고 갈만한 칼로 솜씨 좋게 야자열매를 내려치는 중년의 아저씨는 카메라를 보더니 1달러를 내면 포즈를 취해준다며 장난을 친다. 택시에서 내린 사람은 흩어져 쇼핑거리로 사라진다. 카리브 해 지역의 지오다노 격인 캐주얼 브랜드 Del Sol을 시작으로 좌우로 거리가 시작된다. 야트막한 건물들은 카리브 대부분의 섬들이 그렇듯 면세라는 장점을 살려 귀금속과 보석들을 팔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가장 흔한 것이 다이아몬드이고 사파이어다. 시계도 널려있고, 명품 브랜드도 흔하다. 문외한이 보더라도 대략 면세점보다는 저렴해 보인다. 곱게 원피스를 차려 입고 멋스럽게 선글라스까지 얹은 중년의 부인이 시원한 음료한잔 하고 가라고 부른다. 카메라를 보고 생긋 웃어 주어 여유가 묻어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산다면 치열한 호객보다는 그녀처럼 같이 어울리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세인트 토마스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대조적이고, 강렬하기만 하다. 누군가 이곳의 콘트라스트를 최대한으로 올려 놓은 것 같다. 각각의 색깔은 너무나 날카롭고 강렬해 시력을 잃을 것만 같다. 여기에 햇살까지 더해지니 카리브 해에서 선글라스는 멋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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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롯데아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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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섬을 가진 버진 아일랜드 제도에서 세인트 존스는 세인트 토마스에서 45분 거리에 있다. 사실 세인트 토마스도 하루의 일정을 가진 크루즈 여행객에게 좁은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카리브에서 어느 한 섬이라도 봤다면 다른 섬은 또 어떤 풍경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커다란 크루즈 사이에서 출발한 작은 페리는 섬을 빠져나간다. 제도라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주변엔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무인도도 있지만 이런 섬들은 역시나 휴양지 인지라 바다와 해변이 인접한 곳이면 체인 호텔들이 리조트를 지어놓고 휴가객을 부르고 있다. 물론 리조트 만큼 좋은 개인 별장들도 풍경 좋은 곳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개인 요트를 타고 유유자적하는 여행객들도 많으니 카리브에서는 크고 작은 호화 요트를 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인트 존스는 섬 전체 도는데 몇 시간 걸리지도 않고, 병원이 없을 만큼 작은 곳이니 조심하라는 가이드의 설명은 섬의 크기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바다와 접한 섬의 외곽을 따라 돌아보는 일정 내내 마주치는 차도 적고, 사람은 더더욱 적고 숲은 울창하다. 이런 숲에도 뱀과 원숭이는 살지 않는다고 하는데 천적인 망구스가 많아서라고 한다. 섬을 한 바퀴 돌면서 가장 보기 좋은 것은 옥 빛의 바다와 어우러진 섬의 전경이다. 바다엔 요트가 떠 있고 멀리 다른 섬이 보인다. 가까이 발 아래로는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이고 수영하는 사람,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이다. 세인트 존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은 트렁베이(Trunk Bay)로 세계 5대 해변으로 꼽힌 곳이다. 멀리서 봐도 밟기에도 아까울 만큼 새하얀 모래가 빛이 난다. 곡선으로 휘어진 해변 옆으로 돌출된 작은 만이 있으니 해변은 파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언제나 잔잔하고 평화롭다. 섬도 언제나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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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인트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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