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버스로 달려오든, 까다롭고 치사한 공항 입국 심사를 거쳐 도착하든 라스베가스는 사람 혼을 쏙 빼놓고 만다. 눈만 돌리면 보이는 HOTEL& CASINO 라는 네온사인과 그 보다 먼저 귀로 들어오는 요란한 소리들. ‘척 척 척… 촤르르 촤르르…’ 공항에서 짐도 찾기 전부터 보이는 슬롯 머신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요란한 소리는 사람을 흥분시킨다.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돈 놓고 돈 먹기! 라스베가스!
  1. ▲ 라스베가스의 파리
  1. ▲ 호텔 벨라지오의 분수쇼
  1. ▲ 카지노 내부 전경
  1. ▲ 에펠탑을 가져온 라스베가스
  1. ▲ 호텔 뉴욕뉴욕 전경
  1. ▲ 호텔 룩소
  1. ▲ 캐널 숍
  1. ▲ MGM Grand 호텔
  1. Las Vegas
  2. 그렇다! 여긴 라스베이거스인 것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대한민국 생활을 한 여행객에게 이런 광경은 신천지가 아닐 수 없다. 외국여행의 설레임과 함께 성실납부의 세관 이미지가 복합적인 공항에서 저런 불법적인 – 적어도 대한민국 내국인에게는 – 기계들이 요란을 떨다니. 상상도 못할 광경이지만 라스베가스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며 동시에 라스베가스 존재의 이유다.

    누구나 한 탕을 바라고 오는 라스베가스, 그렇지만 그리 호락호락 하진 않다. 대박 이라도 터질 듯한 기대는 곧 라스베가스의 슬롯 머신 기계가, 카드가, 주사위가 야금야금 먹어버리고 만다. 라스베가스가 이런 사막에서 이렇게 화려한 모습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데는 우리의 지갑도 적잖이 그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래도 라스베가스가 신나는 이유는, 금기를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것!
  1. 라스베가스, 공짜로 즐기기
  2. 라스베가스가 밤에 발하는 네온 빛은 낮의 태양보다 화려하고 환하다. 색깔도 모양도 가지각색인 이 빛깔은 웬만한 금욕적인 생활을 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밤에 객실에 있기 힘들게 만든다. 라스베가스의 가장 번화한 거리인 Strip을 따라 늘어선 호텔과 카지노가 아주 바쁘게 돌아간다. 라스베가스에선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다.

    화려한 호텔과 카지노들은 딱히 그곳에서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무한한 볼거리를 준다. 이곳의 호텔들이 테마호텔이라고 하는, 이름만 들으면 딱 이미지가 떠오르는 호텔들이라 하루 밤 정도는 다리 아프게 돌아다니면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볼거리를 만난다. Strip을 따라 걷는 것 만으로도 넉넉하진 않아도 세계 일주 정도는 가뿐하다.

    - 파라오의 부활, 호텔 룩소(LUXOR)
    만일 밤에 항공기 편으로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면 한줄기 빛을 쏘아 올리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물론 잠들지 않았다면, 그리고 다행히 창가에 앉는 행운이 있었다면. 그 빛을 쏘아 올리는 호텔이 룩소(Luxor)로 설명 한마디 없어도 이집트를 테마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네모 반듯한 건물이 가장 식상한 건물인 라스베가스지만 룩소 호텔은 외형 면에서 가장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유리로 지은 거대한 피라미드가 호텔이고, 피라미드의 주인인 듯한 파라오의 얼굴이 먼산을 응시하고 있다. 호텔 주변의 야자나무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는 것이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 작은 뉴욕, 뉴욕 뉴욕(New York New York)
    라스베가스에 가면 작은 뉴욕이 있다. 호텔 이름 역시 ‘New York New York’. 호텔 앞에 서면 마치 뉴욕의 스카이 라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뉴욕을 대표하는 자유의 여신상부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타임 스퀘어등 뉴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각 건물들은 모두 잘 이어져 호텔 객실로 이용되며 실제 건물의 정확하게 축소해 만들어진 것으로 건축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몇 년 전이긴 하지만 인기 있었던 영화 ‘코요테 어글리’를 이용한 바가 있어 영화 속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호텔 둘레는 거대한 롤러 코스터가 승객들의 비명을 채우고 돈다.

    - 아더 왕의 전설, 엑스칼리버(Excalibur)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를 쥔 아더왕이 살아 있는 고성 분위기의 호텔이다. 밤이면 특히나 야경에 더욱 로맨틱한 중세풍의 성이 된다. 다른 호텔들도 마찬가지지만 내부의 시설과 장식들도 다분히 엑스칼리버틱 하다고 할 수 있다. 호텔 직원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벽에 걸린 그림들, 카펫, 여기 저기 걸린 검과 갑옷들이 엑스칼리버를 중세에 살게 한다.

    - 수로와 하늘도 만들어 내는 베네시안(Ventian)
    Venetian. 맞다. 베니스와 관련된 그 무엇이란 직감이 맞다. 호텔 베네시안은 물의 도시 베니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호텔 안에 베니스의 하늘과 수로를 그대로 갖다 놓고 곤돌라를 타고 돌아다닌다. 뱃사공은 산타루치아를 노래하며 노를 저으며 여기저기서 갑자기 귀부인 옷을 입은 여인이 나와 노래를 부르면 짧은 공연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압권은 건물 안, 2층에서도 곤돌라를 탄다는 것이다. 얼마나 튼튼하게 견고하게 지으면 수로를 건물 중간에 놓을 수 있나… 대단한 생각의 파괴가 아닐 수 없다. 호텔을 짓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초호화 호텔로 드라마 올인이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 노래하고 춤추는 분수, 벨라지오(Bellagio)
    초호화 캐스팅의 도박 영화 ‘오션스 11’ 만큼 벨라지오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은 드물다. 완벽하게 한방 먹인 게임에 성공한 주인공들 뒤에서 공연하듯 조명에 맞춰 춤추며 움직이는 곳이 벨라지오 호텔이다.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는 환상적인 분수와 호텔 천정의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의 무늬로 유명한 벨라지오는 모네, 고흐, 피카소, 고갱, 세잔등 유명화가들의 진품들과 세계 유명 명품 브랜드의 상점을 들여 놓는 것으로 그 진가를 높이고 있다.

    - 해적들의 보물찾기, 트래저 아일랜드
    호텔 보물섬, 트래져 아일랜드의 트레이드 마크는 이제는 막을 내려버린 호텔 앞 해적 쇼였다. 애꾸눈에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줄무늬 옷을 입은 해적들이 칼을 휘두르며 줄을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은 호텔의 이름을 그대로 나타내주는 것이었다. 마치 피터팬과 한판 승을 겨루는 것 같았고, 보물 섬을 찾아 떠나는 미지의 바다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편의 영화였다. 하지만 2003년 7월을 마지막으로 이 성공한 쇼는 호텔 매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에 막을 내리고 새로운 스타일의 미녀 해적이 나오는 해적 쇼가 선보이고 있다.
    라스베가스에서는 호텔마다 다양한 쇼를 준비하지만 무료로 쇼를 볼 수 있는 기회이니 시간 맞춰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길에서 잠깐 멈춰 구경하는 것이니 취향에 안 맞는 쇼면 그냥 통과!

    다른 호텔도 볼거리가 많아 하루 이틀 저녁은 충분히 즐기고 사진 찍고 구경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유명 탤런트가 잭팟을 터트렸던 카지노 호텔인 만달레이 베이(Mandalay bay), 호텔 앞에서 화산쇼가 펼쳐지는 미라지 호텔, 실제 에펠탑 크기의 50%로 축소된 에펠탑과 개선문이 지키고 있는 호텔 패리스(Paris), 로마 시대를 재현한 시저스 팰리스 (Caesar’s Palace), 세계 최대 규모의 객실을 자랑하는 초록색의 MGM…

    라스베가스는 밤에 객실에 앉아 TV를 본 다거나, 어느 알코올 중독자의처럼 술에 찌들어 보내기엔 밤이 너무 화려하고 아깝다. 적어도 여행자에겐. 사실 라스베가스의 호텔들의 겉 모습은 매우 화려하고 호텔마다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지만 객실로 들어가면 그 다지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다. 일반 객실들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갖췄고, 시설이 좋으면 투숙객들이 카지노 보다 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질 것을 우려해서라고 하니 화려한 외관에 비해 검소한 객실에 실망하지 않도록.
  1. 그들의 합법적인 속임수
  2. 라스베가스의 호텔들은 카지노의 안 좋은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을 염려하여 가족 중심의 여행지가 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우리에게 라스베가스는 도박의 도시이다. 라스베가스 존재의 이유, 카지노. 그들은 오늘도 손님들이 카지노 게임에 푹 빠지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하고 있다.

    카지노에서 화장실을 찾거나 혹은 시간을 알려고 두리번거린 경험이 있다면 무척이나 곤란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그게 바로 이들의 속임수. 미로처럼 만들어진 로비와 카지노는 화장실도 잘 알려주지 않을 뿐더러 찾다가 포기하고 어느 슬롯머신 앞에 앉게 만든다. 그러다 배를 잡고 뛰게 마련이지만.
    시계와 창문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이 있어도 두터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해가 뜨거나 지거나, 밤이 되거나 하는 시간과 관계된 것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게임에 열중인 사람에게 시간을 자각시켜 줄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화려한 호텔의 외관에 비해 단조로운 일반 객실들은 방에 있지 말고 내려와 카지노를 즐기라는 뜻이다. 괜히 술과 음료를 공짜로 나눠주는 게 아니다.
    그들의 음모를 알았으니 이제 우리는 이성이 허락하는 만큼만 즐기면 되겠다.

    - 술은 공짜! 그러나 세상엔 공짜가 없다
    늘씬한 언니들이 시원한 옷을 입고 슬롯 머신과 카드 테이블 사이를 비집고 다니면서 음료를 권한다. 술과 음료는 웬만하면 원하는 대로 다 있다. 술, 콜라, 주스… 평소엔 없어서 못 먹던 양주까지 주니 마다할 리가 없다. 하지만 왜 이런 술을 마구 퍼 주겠는가. 술 먹고 술 김에 돈 좀 잃으라는 얘기다. 술을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기대도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으니 적당량이면 카지노 고객에게 서비스도 하고 매출도 올라간다. 꼭 술이 아니더라도 괜히 목말라 음료수 사러 가면서 시간낭비 하지 말라는 뜻. 딴 데 가지 말고 열심히 돈을 잃어 달라는 카지노의 정성 어린 배려다.

    – 화장실은 없다!?
    카지노에서 열심히 놀다가 화장실을 가 본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아마도 실감할 것이다. 호텔 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지노는 이리저리 돌고 돌아도 온통 기계와 테이블뿐 원하는 것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특히나 화장실.
    열심히 돈 놓고 돈 먹기 하다가 본능에 따라 화장실을 찾아 나서지만 아마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화장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느 건물에 비해서 친절히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이리저리 기웃거려봐도 온통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기계뿐이다. 화장실 찾다가 첨 보는 신기한 기계에 혹 해 다시 기계 앞에 앉은 것이 몇 번인가. 결국엔 허리 못 펴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식은 땀을 흘리며 달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의 속임수에 또 속은 것이다. 애써 친절히 가르쳐 주지 않는 미로형의 로비. 화장실도 가지 말고 돈을 잃어라. 자신 있으면 따도 좋고.

    - 시간이 멈춘다!
    카지노의 인테리어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대단히 심리적이다. 이미 미로형의 구조는 말했거니와 카펫이나 벽지 기타 다른 인테리어들이 난해한 문양이다. 무늬만으로도 조금은 혼란한 구조, 무언가를 찾기 쉽고 정리하기 쉬운 구조는 아닌 것이다.
    이런 구조와 인테리어 속에 또 하나 우리의 이성을 마비 시키는 것, 시계가 절대로 없다는 것이다. 죽 치고 앉아 있다가 자신이 놀아 버린 시간에 놀랠까봐, 시간에 구애 받지 말고 주욱~ 놀라는 뜻에서 시계는 없다. 시간이 남아서 심심풀이로 기계 혹은 테이블 앞에 앉았다가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놀이에 빠진다.
    이런 배려의 일환으로 창 문도 없다. 있어도 시간의 변화를 모르게 두터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그 존재 자체도 모르게 했다. 괜히 날 어두워지는 것, 혹은 지새고 환하게 밝아오는 해 따위는 절대로 못 보게 한다.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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