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칭송하는 수식어들은 많다. 야외 박물관, 민주주의의 발상지, 고대 건축의 요람… 그리고 로마에서 봐야 할 것들도 많다. 바티칸을 비롯해서 콜로세움, 트래비분수, 스페인 계단… 등 수없이 많다. 이런 유적들은 수도 없이 사진과 그림을 통해서 보아 온 터라 가끔은 가 본적이 있는 것 같은 데자뷰 가 일어나기도 한다.
  1. 살아있는 로마
  2. 로마에 가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닌 이상 그 유명한 로마시대의 유적들을 무엇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여행객이 그렇듯 내가 여길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이드 북에 나온 유적지들을 섭렵하며 로마에 머무르는 동안 눈썹이 휘날리도록 바쁜 일정을 재촉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여행객의 모습이다.

    하지만, 로마의 골목길에 눈 길을 주기 바란다. 애써 주의를 주지 않아도 이리저리 이동 중에 마주하게 되는 혹은 지나게 되는 로마의 골목은 오래된 유적들 만큼이나 영광과 환희의 세월이 묻어 있다. 로마의 골목길은 여행객들이 넘쳐나는 왁자지껄한 유적지와는 다르다. 그래서 인가 시계를 잠시 풀러 놓고 반나절 정도 기분 좋은 미아가 되고 싶다. 천년 전의 거리에서.

    구 대륙이라는 이름 값에 맞게 다른 오래된 도시들처럼 로마 역시 골목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사실 일부러 골목길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만나는 로마의 골목은 어느 유적지 보다 친근감이 생기고, 붉은 빛을 띠는 짙은 흙색은 푸근한 마음마저 생기게 한다.

    어디론가 이어지는 경사 낮은 계단, 아무렇게나 내 놓은 화분에 핀 꽃들, 옆 건물들을 이어주는 고가 다리 같은 복도들은 짙은 황토 빛이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유적을 보고 열광하던 마음이 골목길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평화를 찾는 다고 할까. 여기에 하얀 파라솔이 어우러진다면 쓸쓸한 계절의 센치한 기분은 한 박자 더 해간다. 다리도 쉴 겸,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테이블을 하나 차지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시간을 구경한다. 로마의 가을, 나무 하나 없는 골목의 가을은 천년 전에 지어진 황토 건물들이 낙엽 대신 가을 빛깔을 만들어간다.

    잘못 들어선 길에서 색색의 과일을 파는 노점상이 이어지기도 하고 골목을 돌아선 곳에서 갑자기 재래시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시장이란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살아 있는 문화, 현지인의 얼굴을 보기에 좋은 곳이다. 파는 야채와 과일은 우리네 시장과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사과, 포도, 바나나 같은 과일은 관광지 유럽에 비해 저렴하다. 서로 영어가 통하지 않겠지만, 손가락과 웃는 얼굴로 한 봉지 사서 어느 계단에 걸터앉아 먹고 있으면 정말 나그네가 된 기분이다.

    유적의 도시이자 골목의 도시인 로마는 너른 도로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곧은 도로도 흔한 편은 아니다. 때문에 차들은 앙증맞을 정도로 작아졌고, 여행객을 이동시키는 단체 버스도 다른 곳에 비해 작은 것이 많다.
    로마에 가면 골목을 걸어라. 그리고 거칠한 느낌의 흙벽을 만져보고, 아무 계단에고 앉아 보자. 대부분의 역사가 그리고 그 역사가 만들어 낸 유적이 정복자에 의한 것이므로 한 번쯤은 이름 없이 살다 간 평범한 사람들도 역사 속에 있었음을 골목길을 걸으면서 생각해 본다.
  1. ▲ 바티칸
  1. ▲ 로마의 골목길
  1. ▲ 황토빛 골목길
  1. ▲ 스페인 계단
  1. ▲ 천사의 성
  1. ▲ 콘스탄티누스 개선문과 콜로세움
  1. ▲ 판테온 신전
  1. ▲ 나보나 광장
  1. 골목길에서 만나는 유적들
  2. 로마에는 대로 변에 있는 유적들보다 그렇지 못한 것들이 더 많다. 때문에 유적을 찾아가는 동안 하늘만큼 커져있는 기대는 골목을 돌아 돌아 어렵게 찾아가서 보는 과정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실망감을 표현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유적이란 것은 반드시 커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만큼 로마의 유적은 유적을 위한 유적이 아닌 실생활과 가까이 있었던 것들, 그리고 세월을 통해 그렇게 변화해 왔다고 생각하면 그 유적은 오히려 친근감이 든다.

    꼭 골목길로 접어 들어야 하는 유적지들이 있다. 그런 유적들은 작은 골목과 가는 길에 빼꼼이 열려 있는 크고 작은 기념품 가게들도 마치 유적지처럼 느껴진다. 뒤로 돌아서 동전을 던져 넣는 트래비 분수가 그렇고, 작은 광장을 앞에 두고 있는 판테온 신전이 그렇다. 나보나 광장도 마찬가지. 그래서 로마에선 걸어야 한다.

    여행지 순례의 코스는 정하기 나름이지만 걷기 좋은 코스 즉 적당히 골목을 걷고 나면 유적지가 나와 그다지 피곤하거나 심심한지 모르는 구간은 나보나 광장에서 판테온 신전까지, 그리고 판테온에서 트레비 분수로 가는 구간이다. 반대로 해도 마찬가지. 만일 걷는데 자신이 있다면 천사의 성에서 시작을 해도 되고, 스페인 계단까지 갈 수도 있다. 스페인 계단이 있는 곳은 그나마 다른 곳 보다 너른 길인데 작은 분수 뒤로 난 계단이 오드리 햅번이 폴짝거리며 아이스 크림을 먹었던 곳이다. 앞으로는 천년의 고도에 어울리지 않게 고급스런 명품점들이 있지만 나름대로 돌 깔린 바닥이 운치 있다.

    가는 골목이 그리 예쁘지는 않지만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 옆의 캄피돌리오 언덕의 건물들도 예쁘다. 진한 흙색의 거친 느낌은 역시 지중해 풍이라고 감촉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캄피돌리오 언덕은 미켈란젤로의 손길이 닿은 곳으로 마주 보는 두 건물이 평행이 아닌 사다리꼴 모양으로 밖으로 펼쳐져 있어 같은 넓이의 공간보다 넓어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올라오는 계단, 포로로마노로 가는 길의 건물과 골목도 예쁘다.

    로마에 가면 편하게 여행한다는 생각은 뒤로 묻어두자. 지도를 들고 유적을 찾아가고, 골목길을 걸어보면 사진에서만 보던 유적만이 로마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으리라. 혹시라도 지금 가는 길이 의심스럽다면 눈 딱 감고 선택한다. ‘에이~ 이 길이 아니면 조금 돌아가지 뭐~’ 하면서. 그러다 혹시 누가 아는가? 가이드 북에도 없는, 한국인 관광객은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골목길을 만나게 될 런지…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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