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백 년 전의 중국 모습을 간직한 북경은 자금성과 만리장성으로 대표되는 도시다. 명에서 청으로 왕조가 바뀌고, 나라의 주인인 이민족으로 바뀌는 과정에도 북경과 자금성은 무사했다. 무수한 볼거리로 여행객의 신발끈을 바짝 매게 조여 묶게 만드는 북경, 그 5백년 역사 속으로 가 본다.
- 중국의 수도, 북경
- 오래된 역사에 비하면 거리가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한 계획된 도시 북경은 명에서 청으로 왕조가 바뀌면서도 수도로 그대로 이어졌으며 더욱 확장되었다. 12억 중국의 중심이 되는 북경은 볼거리가 무척이나 많은 도시다. 궁전, 황실의 정원, 능과 같은 유적이 이어지는 고대와 현대가 잘 어우러진 모습이다.
과거로 가는 첫번째 관문인 자금성은 북경 여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의 음향오행과 풍수지리에 맞게 방위를 정해 화와 재앙의 근원이라 생각하는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바라보며 비밀의 궁전 자금성을 지었다. 금지된 비밀의 궁전, 황제들은 이 곳을 궁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도시처럼 만들었으며 그 규모는 지금도 길을 잃을 정도다. 청나라 말기의 서태후, 마지막 황제 ‘부이’로 인해 자금성은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흐릿한 잔상을 남겨준다.
이 자금성에 맞춰 북경을 남북으로 나누는 축의 북쪽엔 경산 공원을, 남쪽엔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천단공원을 만들었다. 북쪽에 위치한 경산공원에 올라서면 자금성의 거대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관광객들은 서태후의 여름 별장인 이화원과 명나라의 황제들이 잠들어 있는 명 13릉 등을 돌아본다.
조금 멀리 나가 오랑캐를 막기 위해 세운 만리장성과 북경 최대의 번화가인 왕부정 거리를 걸어본다. 요리천국 중국에서 책상과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인이 북경의 추운 겨울을 맞기 전에 보양식으로 먹었다는 북경 오리구이를 맛보고, 고무인간처럼 온 몸이 휘어지고 접히는 서커스 묘기 등도 북경 여행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다.
- 천안문 광장과 비밀의 궁전 자금성, 문이 열리다!
- 중국을 대표하는 이미지인 붉은 색의 천안문은 이제 자유를 상징한다. 배포 큰 중국인 스타일에 맞게 광장은 최대 50만 명까지 모일 수 있다 한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천안문 광장은 지금 너무나 평화롭다. 삼삼오오 모인 여행객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에 바쁘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중국인은 여유롭다. 천안문 광장 뒤로 거대한 비밀의 궁전 자금성이 시작된다.
어느 왕조나 마찬가지지만 왕실은 일반인에게는 금지되고, 비밀스러운 곳이며 심지어 성스럽기까지도 하다. 그런 면에서 자금성은 완벽해 도랑으로 둘러 싸이고 다시 사방을 높이 10m의 두터운 담장으로 두른 후에 겨우 4개의 문만을 허용한 안전과 폐쇄의 절대도시다. 명나라때 지어졌지만 왕조가 바뀐 청에서도 버리지 못할 만큼 아까운 곳이었다. 기쁨과 장수, 귀함을 상징하는 붉은 자주빛, 황금빛의 자금성은 갓난아이가 한 방에서 하루씩만 자도 25살의 청년이 된다는 놀랄 만한 규모다.
천안문 광장에서 오문으로 들어서면 절대도시 자금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화려하고 크며 절대정치가 이뤄졌던 태화전과 함께 자주 빛 붉은 물결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태화전을 시작으로 중화전, 보화전들이 뒤로 늘어서 있고 주변에 크고 작은 건물과 문들이 좌우 대칭으로 이어져 있다. 화려한 문양과 다시는 못 만들 것 같은 장식의 건물, 층층이 이어지는 계단들, 멋들어진 곡선으로 내를 건너는 다리, 곳곳에 서 있는 조각상 모두 예사롭지 않다. 움직일수록 점점 깊게 빠져드는 늪처럼 옮기는 발걸음마다 헤어나오기 힘든 구중궁궐 속으로 빠져드는 듯 하다. 실로 깊고도 오묘하다.
자금성은 너무나도 크고 복잡해서 여행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화재의 위험으로 담배를 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무작정 볼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다니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 ▲ 천안문 광장에서 자전거 타는 북경 시민들
- ▲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거대한 만리장성
- ▲ 명 13릉의 기와장식
- ▲ 이화원의 석배
- ▲ 북경의 전통 레스토랑
- ▲ 중국의 명동, 왕부정 거리
- 이제는 오랑캐에게 점령당한 만리장성
- 천하를 호령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고 자부한 중국의 황제에게도 여전히 오랑캐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나 보다. 진시황부터 만들기 시작한 만리장성은 여러 왕조를 거듭하면서 명나라까지 꾸준히 세워져 왔다. 그런 만리장성이 이제는 구경 나온 오랑캐들이 가득하니 세월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케이블카를 타고 장성에 오르면 산맥을 따라 앞으로 이어지는 산 등성이에 물결치는 장성의 엄청난 규모에 놀란다.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길이와 마차가 다녔을 만한 널직한 폭, 시선을 멀리하고 내다 보면 장성이 마치 중국인들 축제에서 꿈틀꿈틀 춤추는 용 같다.
- 황제 잠들다. 명 13릉
- 명나라의 황제 13명이 잠들어 있는 왕들의 공동묘지로 입구부터 도열하듯 늘어선 석상은 죽은 왕들을 호위하고 있다. 13개나 되는 능을 다 돌아볼 힘도, 시간도 없지만 우선은 모두다 개방되지는 않는다.
이중 여행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능은 ‘만력황제’의 능으로 사후를 위해 지하 무덤에 궁전을 지어놓았기 때문이다. 왕위에 오르면서부터 무덤을 만들기 시작해 백성의 생활은 제쳐두고 국고를 탕진해 이런 호화무덤을 만들어 놓았다. 당시에 살았던 백성들은 무척이나 고된 삶이었겠지만 덕분에 21세기의 이방인 관광객은 신기한 구경을 하고, 가장 인기 있는 능이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서태후의 독특한 취미 이화원
- 북경에서 서태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은 드물다. 궁녀로 들어와 노래와 미모, 큰 배포로 태후 자리에 까지 오른 그녀는 북경 곳곳에서 부귀와 영화, 그리고 권력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자금성과 이화원이다. 한창 외세가 몰려왔던 시기 군사비를 빼돌려 보수하고 증설한 이화원은 서태후 그녀가 좋아하던 여름 별장이다.
창조적인 것인지, 권력의 힘인지 평민의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은 그녀는 맨땅을 파 호수를 만들고 거기서 나온 흙이 쌓여 산이 되게 했다. 그 호수가 이화원에 있는 곤명호요, 그 산이 그 옆에 있는 만수산이란다. 곤명호엔 영원히 물위에 뜨지 않을 대리석으로 만든 석배가 있어 그녀의 취미 역시 독특함을 느낄 수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다란 복도 ‘장랑’은 화려하기 그지 없다. 내부에 그려진 그림과 장식은 무척이나 섬세한데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라 한다.
- 하늘을 향한 기도의 장소, 천단공원
- 중국이 ‘中國’인 이유는 그들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 가운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구가 온 우주의 중심으로 태양마저 우리 주위를 돈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같은 개념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도는 세상, 황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의 이치. 하지만 이들도 하늘은 버리지 못하여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한다. 바로 황제도 어쩌지 못하는 천재지변. 농업사회에서 하늘이 내려주는 비와 눈, 바람과 햇볕은 절대적인 것이다.
명나라와 청나라의 황제들은 매년 이곳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데 북경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꼽히고 있다. 천단공원 내부에는 벽 뒤에서 말하는 소리도 들린다는 회음벽과 하나의 소리도 세 번씩 난다는 삼음벽이 있어 호기심 가득한 실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누구는 된다 하고 누구는 안 된다 하니 이런 단순한 실험에도 은덕을 쌓을 필요가 있나 보다.
* 북경, 밤을 즐겨보자!
낮에는 오백년 역사를 관통한 볼거리로 바쁜 시간이 되고 밤이면 북경의 화려한 네온 사인에 밤 거리가 몹시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의 호기심이다. 여행객이 많이 찾는 북경은 밤에도 충분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 발 마사지로 시원하고 서커스로 신기한 북경의 밤
- 낮에 신나게 과거여행을 한 덕에 두 다리가 좀 피로하니 고생한 발 오늘 발 마사지로 호강 한번 시켜줘야겠다. 냄새만 아니더라도 당당할 텐데 불쑥 내밀기가 좀 민망하긴 하다. 한약재가 섞인 물로 닦아주고 씻어주고 이곳 저곳 주물러주니 온몸이 노곤해 지는 것이 눈이 스르르 감긴다.
발이 개운해 진 덕인지 피로가 가시고 머리까지 맑아져 오히려 밤이 심심하다. 모처럼 나선 여행길 밤이라고 호텔방에 갇혀 지낼 수는 없다. 화려한 중국 잡기의 세계, 중국의 서커스 구경에 나선다. 인간인지 고무인형인지 구분이 안가는 유연한 몸놀림과 아찔한 순간들, 체조에 강한 중국 스포츠의 힘이 이 ‘잡기’에서 나온 듯 하다.
- 네온이 빛나는 왕부정 거리
- 고색이 창연하던 역사의 도시 북경도 항상 과거에만 머물러 있기는 힘든 일, 맥도날드가 밀려오고 코카콜라가 밀려왔다. 왕부정은 중국의 명동이자 강남역 같은 최대의 번화가다. 외국계 패스트푸드점, 백화점, 쇼핑센터, 레스토랑, 액세서리 가게등 각종 상점등으로 하루 종일 활기를 띠는 곳이다. 이곳에서 서태후도 잊고 500년 중국의 과거도 잠시 잊는다.
이런 번화가에 젊은이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날씬한 중국의 젊은 여인네도 구경하고 무술 꽤나 하게 생긴 소림사 청년 같은 젊은이도 만난다. 한류열풍으로 익숙한 우리나라 연예인의 얼굴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오니 괜한 자부심이 든다.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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