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조차도 발걸음을 붙들어 놓았다던 금강산.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신선까지 묶어놓았을까. 그리고 얼마나 절경을 이루어 내면 계절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려왔을까. 금강산, 봉래산, 풍악산, 개골산 그리고 눈이 왔을 때의 설봉산까지. 다르면서도 같은 산의 모습을 보며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금강산은 그렇게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그들의 모습이 혼자보기에는 안타까울 정도.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 친근하게 다가온 다른 산처럼 이제는 이곳을 올라보리라. 정상에 올라 자연이 얼마나 대단한지 내기를 하듯 말이다.
- ▲ 금강문
- ▲ 동석동의 다리
- ▲ 삼선암
- ▲ 절부암
- ▲ 목란관
- ▲ 만물상
- ▲ 세존봉
- ▲ 삼일포 전망대
- 형상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만물상
- 금강산은 최고봉인 비로봉에서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봉우리들이 끝없이 펼쳐진 가운데 기묘한 바위 하나하나가 모여 생긴 산이다. 그러기에 이 봉우리 하나가, 이 돌 하나가 어찌 소중하지 않다 할 수 있을까. 어렸을 적부터 불러댔던 ‘금강산’의 선율이 기억난다. 전체를 다 부르지는 못하더라도 일만 이천 봉이었던 것만은 확실히 기억해 낸다. 언제나 마음속에서만 읊조려대며 추억에서 점차 가려져만 갔던 금강산. 하지만 그 잊힐 기억이, 그 위엄한 산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산 하나와의 만남으로 우리는 무엇을 깨닫고자 하지는 않는다. 그저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분해진다. 이곳에서 지냈던 시간 그 이상이 설렘으로 돌아와 한동안은 잠을 설쳐댈지도 모를 일이니.
만 가지 물건의 갖가지 형상을 가지고 있다 하여 붙여진 만물상. 그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물상을 가는 곳곳마다 동물이나 신선, 도깨비까지의 형상들이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마다 신기하게 나타난다.
온정리에서 굽이굽이 산길을 자동차로 올라간다. 눈이 많이 오는 계절이 돌아오면 이곳을 자동차가 아닌 도보로 주차장까지만 산행하게 된다. 만물상을 다 올라가보지 못한 아쉬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그곳의 수려한 모습과 말끔한 공기는 경험할 수 있으니 손해를 보는 것만도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틈은 없다. 햇살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청명한 하늘과 산을 넘어서 오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이곳을 정복하고 한 숨 돌리자면 그 시간조차 아까울 터.
금강산의 웅장하고 기묘한 기암괴석을 보고 또 보며 오르고 또 오른다. 산을 오를수록 그 흥미진진함이 그 무엇보다 더할까. 굽어지는 코스는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의 흥미감이 되고, 길동무가 되어주는 다람쥐 덕분에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해준다. 조금 걸었을까. 약간의 평지가 나타난다. 그리고 모두 뒤를 향해 돌아본다. 그곳에는 뾰족하게 솟아있는 삼선암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세 명의 신선과 마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신선 세 명이 돌로 굳어졌다 하는 전설이 내려오는 만큼 그 감동은 진하게 다가온다.
삼선암에서 왼쪽으로 올라간다. 습경대 전망대라는 곳에는 머리에 둥그런 돌 하나를 이고서 있는 모습과 얼굴이 험상궂은 도깨비 같다 해서 지어진 귀면암 등을 볼 수 있다. 이로써 온정리 북쪽 금강산의 오봉산 일대의 기암군, 만물상 초입에 들어선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코스이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들이 가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계절폭포가 생겨 절경을 이뤄 눈을 즐겁게 해준다. 7개 층으로 겹쳐진 칠층암에서 한숨을 돌려본다. 칠층암을 자세히 보면 원앙새와 물개, 오리 등이 숨어들어 있다. 만물상에서는 바위들이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어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장수가 큰 도끼로 바위중턱을 찍어 놓은 것 같은 절부암 등도 눈길을 끈다. 목을 마를 때쯤이면 졸졸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보게 된다. 이곳이 망장천. 옛날 옛적 어느 노인이 이 물을 마시고 청년으로 돌아가 부인이 못 알아볼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물을 마셔본다. 새 힘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고 단 한숨에 산을 정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힘을 빌려 정상에 오를 준비를 한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문인 금강산 5대 돌문 중 하나인 하늘문을 지나게 된다. 이 문을 통과하면 이상한 나라 엘리스가 된 듯 마냥 들뜬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등산로를 다시 올랐고 만물상의 정점인 천선대를 마주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너무 좋아 선녀들이 내려와 이곳에서 놀다갔다 해서 천선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방이 완전히 탁 트인 완벽한 전망대여서 그런지 내려오기가 망설여진다. 하지만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라면 조금 더 걸어보자. 동해와 해금강 일대의 섬들은 물론 남측의 산들까지 볼 수 있는 망양대가 남아있으니.
천선대를 둘러보고 걸음을 재촉해 15분 정도 내려온다. 그리고 안심대에서 또 다른 갈림길이 나타난다. 계속 내려가면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을 택해 오르고 내리기를 30분 정도 반복하면 망양대에 이른다. 멀리 동해 바다와 외금강의 봉우리가 한눈에 펼쳐진다. 제 3망양대까지 있지만 제1망양대에서의 느낌만으로도 충분하다. 산을 오르고 바다를 보고, 이 기분은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하리라.
-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른다, 세존봉
- 참으로도 신기한 봉우리다. 그리도 높게만 느껴지고 마냥 부담스러웠던 하나의 봉우리가 이곳을 정복하고 난 뒤에 또 다시 찾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상에 오르는 순간 그 이유를 깨닫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봉우리 세존봉을 정상을 찾게 될 쯤이면.
외금강의 대표적인 코스를 말하자면 구룡연과 세존봉 정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구룡연까지는 쉽게 올라가 멋진 비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세존봉까지는 어느 한 곳도 놓칠 새 없이 사방에서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우선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수풀이 우거진 길을 따라 걷다보면 목란교와 목란관을 지나게 된다. 목란관은 1983년 개관해 북측의 냉면과 산채비빔밥을 맛깔나게 해주어 산행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구룡폭포까지는 8개의 다리를 거쳐야만 한다. 빽빽이 들어선 창터솔밭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목란다리, 오직 하늘만이 보이는 양지다리, 주위 풍경이 금수를 놓은 듯한 금수다리, 철로 만들어진 만경다리, 허공다리라고도 불리는 흔들다리 등 다리를 세다보면 어느새 시원한 물줄기를 떨어지는 구룡폭포를 보게 될 것이다.
구룡폭포에 도착하기 전에 유명하다는 곳을 지나가니 삼록수 약수터와 금강문이다. 산의 물이야 어디인들 안 좋게냐만은 이곳은 더 특별한 의미를 둔다. 약수터 위에 노루소와 산삼밭이 있어 산삼과 녹용이 흘러져 내려온다니 그 효과야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오르면서 한 모금, 내려오면서 한 모금 마시자. 혹여 아는가. 20년은 젊어져서 내려오게 될는지.
금강문은 금강산 안쪽으로 진입하는 입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큰 바위가 자연스레 뚫려 이제부터는 진짜 등산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명시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부터는 험난한 오르막길이 시작되지만 그만큼 광경 자체에 빛이 나니 후회스럽지는 않다.
한 시간쯤 꾸준히 올랐다면 옥류동 계곡 초입에 다다르게 된다. 옥류담은 금강산 담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수심 6m에 달한다. 옥류담은 옥같이 맑은 물이 넘쳐나고, 위로는 옥류폭포가 흘러내린다. 이어 2개의 연못이 아래위로 잇달라 놓은 듯 아름다운 구슬색을 가졌다하여 이름이 붙여진 연주담과 연주폭포가 있다. 이렇게 연주담을 뒤로 하고 무지개처럼 생긴 옥류다리를 건너 비봉폭포를 바라본다. 금강산 4대 폭포 중 하나로 손꼽히며 세존봉에서 타고 내려오는 맑은 깨끗한 물들이다. 139m의 어마어마한 폭포는 마치 봉황이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며 꼬리를 휘젓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폭포의 마지막을 보면 정말 그런 듯하다. 물줄기가 약해지면서 봉황의 꽁지깃같이 흩어져 내리고 있다. 오른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보면 봉황새가 춤추는 것 같다고 하는 무봉폭포가 있다. 무봉폭포와 비봉폭포 사이에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책 읽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금강문으로부터 2시간 정도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간다. 그러다보면 그리도 기다렸던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로 불리는 구룡폭포가 있는 구룡동으로 접어든다. 폭포를 이루는 바위는 하나의 통바위이며, 너비 4m, 높이 100m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재미있는 전설 하나가 살아 숨 쉰다. 잘못을 저질러 쫓겨난 아홉 마리의 용이 누구도 찾아내지 못할 정도의 이 골짜기로 숨어들어 푸른 연못 속에 살면서 금강산을 지켰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구룡폭포는 용의 장엄함을 닮기라도 한듯 물을 거침없이 뿜어져낸다.
구룡폭포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폭포 건너편 전망대인 관폭정에 올라야 한다. 잠시 이곳에서 쉬어도 좋다. 세존봉의 봉우리를 정복하기 위해서라면 조금 큰 한숨을 내쉬면서 말이다.
이곳을 오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세존봉의 경사가 심한 편이어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에는 약간의 무리가 따른다. 힘에 부친다고 생각된다면 이대로 하산하는 것이 좋고, 아니라면 세존봉 정상을 넘어 연주폭포와 합수목폭포, 배바위를 보고 동석동으로 내려온다. 하지만 이곳까지 온 것이 아깝다면 세존봉 전망대까지 올라가보자. 비로봉과 해차봉, 구룡대, 관음연봉을 비롯해 동해바다까지 볼 수 있어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때의 감동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 세상만사 이곳에서 못 풀리 있으랴, 수정봉
- 강산 지도를 펼쳐보면 약간의 정보들이 눈에 띈다. 그 중 수정봉은 쪽빛 바다와 장전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환상적인 코스로 적혀져 있다. 그만큼 자연이 살아있고 산악미와 바다의 미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정봉은 만물상 입산 초소 앞을 지나간다. 지금까지는 만물상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끝냈지만 앞으로는 이 아름다움을 함께 하고자 개방을 하게 되었다. 이 봉은 반나절이면 오를 수 있지만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아 약간의 주의를 요한다. 하지만 만물상에서 보지 못했던 경치들을 머금고 있으니 만물상에서의 아쉬움은 충분히 달랠 수 있다.
수정봉은 수정이 많이 난다고 해서 수정봉이라 불린다. 실제로 이 부근에는 자연석이 많이 난다고 한다. 가는 길에 수정을 만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더 진귀한 것들이 이 봉에는 존재한다. 정상에 오르면 동해의 푸른 바다가, 외금강의 웅장한 산세가 펼쳐져 남측에서는 볼 수 없을 만한 재미를 맛보게 해준다.
전망이 으뜸이라고 불릴 만하다. 올라가는 길에는 자라바위, 비둘기바위 등 기묘한 바위들이 산재해 있으며, 소나무 사이 길을 지나가다보면 수정 같이 맑은 와우폭포가 휘날리고 있다. 계곡물은 너무 맑아 마셔도 좋으며 병에 다녀오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도 좋다. 내려오는 길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만물상 끝자락에 우뚝 솟은 수정봉. 반나절 정도의 코스이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세존봉 못지않아 그 아름다움은 더할 나위 없다.
- 관동 8경 중 하나 삼일포, 그리고 바다의 금강 해금강
- 이 땅에 오면 누구든 해금강의 일출을 꼭 보고자 한다. 워낙에 변덕스러운 금강산 날씨 덕분에 볼 수 없을지 몰라도 미세한 태양을 마음속에 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된다. 그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고 해금강에 도달할 때쯤 태양이 서서히 오른다. 그 일출과 함께 기묘한 절벽들과 울창하게 우거진 소나무, 그리고 바위섬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해의 온전한 모습이 모두 드러나고 해금강의 모습을 모두 보았다면 삼일포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금강산 동쪽에 위치한 이곳을 북측의 강과 남한의 강이 합류하는 곳에 위치하며 호수와 섬들, 그리고 기암절벽에 있는 전망대로 이루어져 있다. 예로부터 관동 8경의 하나라 잘 알려져 있으니 그 풍경 또한 가히 장관을 이룬다. 옛날 어떤 왕이 하루만 머물러 갈 것을 삼일을 묵게 되어 더 삼일포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고, 조선 중기의 명필가 양사헌 선생이 이곳의 풍경을 보고 금치 못해 놀라 모든 생활을 저버리고 이곳에 머무르기도 했다. 이만하면 이 풍경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물과 바람뿐만이 아니다. 주위의 산 가운데 36개봉이 수면에 비쳐 더욱 가보고 싶게 만든다. 둥둥 떠다니는 물오리와 유유히 노니는 갈매기와 백로들이 한없이 여유롭게만 보여 이곳을 돌아보는 3시간은 좋은 풍경 하나 보고 왔노라고 생각이 든다.
삼일포의 산책로에서는 곳곳에 전망대를 발견할 수 있다. 전망대는 연화대, 장군대, 봉래대, 연화대가 있으며 연화대라는 이름은 호수에서 바라볼 때 5개의 둥근 바위가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연꽃이 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졌다. 연화대 바위 위에 세워진 연화각이 제법 운치 있어 보인다. 그리고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단풍관이란 식당이 있지만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일은 드물다.
바위산을 넘고 오르다 보면 또 하나의 전망대가 나타난다. 삼일포의 전경을 한 눈에 훤히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이다. 바위산 위에 세워진 봉래대. 여기서 바라보면 맑고 푸른 호수 가운데에 소가 누운 모양의 와우섬과 바위섬들이 자그마하게 보인다. 배를 타고 이곳을 한 바퀴 둘러보고 싶지만 지금은 이곳을 보존하기 위해 트래킹으로 대신한다. 양사헌 선생이 글공부를 해서 그의 호를 따 봉래대라 하였고, 그가 글공부를 하였다는 봉래굴의 바위벽에는 양사언이 삼일포를 노래한 시 구절이 새겨져 있다.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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