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덥고 습한 지역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애써 그런 나라를 여행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앙코르 유적지를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는 순간 그런 말도 안 되는 불필요한 자체 규정 따위는 사라졌다. 밀가루 반죽처럼 축축 늘어진 나무가 건물을 휘감은 사진은 한참을 멍하게 만들었고 이 사진 한 장을 이유로 캄보디아로 향했다.
  1. ▲ 바다같은 톤레삽 호수
  1. ▲ 아름다운 조각과 짙은 양감의 반띠아이 쓰레이
  1. ▲ 앙코르 유적의 무희 압살라
  1. ▲ 웅장한 바욘의 전경
  1. ▲ 코끼리 테라스
  1. ▲ 태국과 접한 캄보디아의 국경지대 포이펫
  1. ▲ 포이펫-씨엠립 간 비포장 도로
  1. 나름대로 완벽한 계획
  2. 목적지를 정하고 인터넷 정보의 바다를 헤집고 다녀 보니 의외의 난관이 기다렸다. 지금이야 대형버스가 다니는 평탄대로지만, 당시는 캄보디아의 길은 매우 안 좋은 비포장으로 모든 문제의 원인이었다. 속력을 내기 힘들뿐만 아니라 우기에는 범람으로 길이 잠기고 사라지는 것은 태반이고, 나무 다리가 끊어지는 일도 있었다. 때문에 가로등도 없는 시골의 밤길을 달리는 것은 기본, 새벽에 나서도 자정에 도착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했다. 또 운이 나쁘면 이중으로 교통비를 지불할 수도 있으니 목적지에 도착해 요금을 완불하라는 메시지가 인터넷 여기저기에 올라와 있었다. 그렇다고 국제선 요금과 맞먹는 금액을 지불하고 항공편으로 이동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많은 여행객이 이 길을 이용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건기라는 절기상의 이점도 기대하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계획은 나름대로 완벽했다. 방콕에서 태국의 국경인 아란까지 가고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가 유적이 있는 씨엠립까지 가는 차량을 이용한다는 것. 첫 번째로 방콕에서 국경인 아란까지 가는 표를 끊고 정해진 시간에 차를 탔다. 연예인이 타는 것 같은 튼튼한 하얀색 봉고차는 태국의 고속도를 질주했다. 시원한 에어컨과 함께.
  1. 문제는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된다
  2.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 차표를 끊을 때 아란, 태국의 국경, borderline 임을 몇 번이나 확인해 그야말로 한 발짝만 넘으면 다른 나라가 되는 그런 국경을 강조했다. 그러나 잘 포장된 길을 3시간 정도 달려 어느 고속도로의 휴게소에 일행을 내려놓은 봉고차 기사는 말이 달랐다. ‘여기가 아란이다, 너희 표에는 아란이라고 되어있다, 나는 영어를 잘 할 줄 모른다, 이제 방콕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라고. 버려진 것이다. 그 완벽한 계획은 무산된 것이고, 그 휴게소는 차도 잘 들르지 않았으며 주변에 보이는 것은 고속도로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난감해 하는 일행에게 웬 남자가 말을 건다. 캄보디아에서 왔노라며 여권을 펼쳐 보인다. ‘이런, 여권은 우리도 있단 말이오!’ 자신이 씨엠립까지 데려다 준다며 돈을 내라 했고, 선택권이 없었기에 그 날렵한 남자를 믿기로 했다. 예상외의 수입을 올렸다는 생각인지 씨익 웃는 그가 불안했지만 따라 국경을 넘었다. 걸어서 넘는 국경이라니 특이한 경험이긴 했지만 맛도 모르고 넘기는 음식처럼 아무 감각이 없었다.
  1. 질주는 시작되고
  2. 그 유명한 캄보디아의 길, 진흙으로 울퉁불퉁하게 굳은 비포장 도로를 차는 튕기듯 달린다. 당시 여행객들은 우리나라에선 사라진 작은 트럭, 일명 Pick-up 트럭을 이용했다. 운전수 옆 안에 앉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지붕도 없는 화물 칸에 가방을 던져 넣고 흙먼지를 온 몸으로 맞으며 간다. 그렇다고 내부가 결코 편한 것은 아니다. 1명 자리에 3명까지 끼어 앉아 다리에 기어가 걸리고 의자에는 겨우 걸치는 정도니 온 몸이 뻐근하다.
    길은 일직선. 좌회전, 우회전도 신호등도 교차로도 없다. 거칠 것 없이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용맹한 트럭은 100km의 체감 속도로 달리지만 기껏해야 20km를 넘지 못한다. 이리저리 쿵쾅대는 통에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는다. 누군가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외치지 않는 한 차는 멈출 일이 없다. 때문에 이런 일직선상의 길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정체다. 차가 멈추었다는 것은 목적지로 가는 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듯하므로. 웅덩이 때문에 가끔씩 차가 속력을 늦추면, 근처 동네 주민이 웅덩이 안으로 들어가 차가 지나갈 만한 얕은 길을 알려주고 기사가 동전 몇 개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질주는 다시 시작된다.
  1. 칠흑 같은 어둠 속, 긴장과 공포가 몰려들다
  2.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차의 멈춤이 길어지자 웅성임이 일기 시작한다. 이미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고, 앞을 가로막고 있는 차가 있어 더욱 불안하다. 뒤로 여행객을 실은 차들이 하나 둘 달려와 꼬리를 문다. 새벽부터 나선 길이기에 완벽한 계획상으론 저녁 무렵 도착 예정이었으나 그 완벽함이 산산이 부서진 것은 이미 오래다. 도착만 하자. 언제든. 다들 차에서 내려 앞으로 가보니 커다란 웅덩이에 차가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웅성이기 시작하고 그 뒤로 줄줄이 차들이 밀려들고 공교롭게도 양 옆에 주차된 빈 트럭 때문에 차를 돌릴 수는 없었다. 가로등도 없는 열대 시골길에서 만난 이 간단하지만 대단한 복병 앞에서 서성거리는 일 밖에 할 수 없다니 막막함 뿐이다. 서로 얼굴과 시계만 쳐다보기를 두 어 시간, 가로등도 없이 캄보디아 시골의 밤이 깊어간다. 자동차 라이트를 벗어나면 완전 칠흑. 깜깜한 밤처럼 머리속도 깜깜하다.
    어디선가 지축을 흔드는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린다. 웅덩이 건너편에서 큰 트럭이 하나 나타났다. 어찌나 반가웠던가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어 근처에 있던 여행객들은 박수를 쳤다. 트럭은 물에 빠져 있는 차를 건지고, 순서를 기다리는 차들을 하나씩 끌어 건네줬다. 여행객들은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신발을 양 손에 들고 마치 천국 같은 건너편으로 갔다
  1. 앙코르, 다시 올 그날까지
  2. 18시간의 대장정이었지만 결국은 무사히 씨엠립에 도착하고, 피곤했지만 내일이면 눈 앞에 펼쳐지고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앙코르 유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날이 새자마자 달려갔다.
    밀림 속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얼굴, ‘앙코르 톰’은 앙코르로 들어가는 문이다. 원래는 도시를 두르고 있는 거대한 담과 문이었으나 남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신화 속의 뱀 ‘나가’를 들고 선 선신(善神)과 악신(惡神)의 다리를 건너 고대의 도시 속으로 들어간다. 사원 곳곳에 얼굴이 새겨진 ‘바욘’의 담장은 사라졌고 앞 마당엔 아직 맞추지 못한 유적들이 퍼즐처럼 흩어져 있다. 위로 더 올라가면 그 익숙한 얼굴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고 여행객들은 증명사진처럼 그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앙코르 유적의 가장 큰 사원인 ‘앙코르 왓’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충분하지 못하다. 사원을 두르고 있는 회랑을 돌며 거대한 규모의 부조를 지나, 가파른 기울기로 경배의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계단을 기어 5개의 파인애플이 있는 중앙탑까지 올라간다. 거스르는 것 없는 캄보디아의 평야와 밀림을 보니 이 커다란 유적지가 감쪽같이 감춰질 수 있겠다 싶다.
    이곳에 오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제공한 ‘따프롬’은 건물을 휘어감은 나무가 한두 그루가 아니다. 사원의 통로는 이리저리 막히고 정해진 루트도 없어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하다 보면 길을 잃는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주변에 아무도 없어 오싹함 마저 느낀다. 조금 멀리가면 ‘반띠아이쓰레이’라는 화려하고 붉은 사원이 있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섬세하고 깊은 양각이 두드러진 조각들은 돌로 만든 조각인지 다시 한번 만져보게 한다. 이 아름다운 사원은 그래서인가 도난의 흔적이 많다.
    씨엠립의 유적은 너무나 많다. 완성되었다면 가장 아름다웠을 것이라 평가 받는 ‘따께우’목욕탕 이었다는 ‘쓰라쓰랑’, 순례자들이 몸을 씻었다는 ‘니악뽀안’, 일몰 보기 좋은 ‘프놈바켕’, ‘바푸온’, ‘쁘리라빨리라이’, ‘코리끼 테라스’’반띠아이끄데이’, 아버지를 위해 지은 ‘쁘레아 칸’… 내내 돌아 다녔어도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유적은 풍부하고 다양했으며 전설은 깊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섬세하고 장엄한 감동들이 남아 있다. 지금도 운동화에 남아 있는 캄보디아의 진흙처럼. 기회가 된다면 다시 그 길을 갈 것이다. 웅덩이에 길이 막히고 진흙탕을 걸어도 말이다.
    이제 태국에서 앙코르로 가는 길은 캄보디아 정부측에서 잘 다져놓아 웬만해선 웅덩이 같은 건 생기지 않는데다 대형 버스도 다닐 만큼 길이 좋아졌다. 며칠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도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으니 그 힘들었던 길을 4시간 만에 주파한 것이다.
  1. 씨엠립의 또 다른 볼거리
  2. 동양 최대의 호수라는 톤레삽은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난한 씨엠립 사람들의 단백질 공급원이자 교통수단이 된다. 수상가옥을 짓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호수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학교, 주유소, 돼지우리 …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고 산다. 1시간-1시간 반정도 배로 돌아볼 수 있다. 앙코르 유적의 무희 압살라는 씨엠립 곳곳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재현된다. 약간 지루한 감은 있지만 화려한 의상과 독특한 동작들을 볼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 특이한 경험 중의 하나로 꼽히는 평양 냉면은 북한이 운영하는 곳으로 예쁘고 상냥하다며 재치까지 넘치는 북측 여인들 소문에 뭇 남정네들이 매일같이 들른다고 한다. 음식값은 비싼편.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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