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책을 들먹이지 않아도 비단이 오고 갔다는 그 길로 가는 여행자는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눈 앞에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언덕과 사막의 신기한 풍경, 언젠가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오아시스의 신비를 온대의 4계절을 가진 나라 어디에서 경험한다 말인가.
오아시스에 의지한 채 모래 바람이 몰아치는 사막을 넘고, 사방에서 오랑캐가 위협하는 길을 지난다. 요새 같은 도시에서 유숙을 하고 산맥을 넘고, 중동을 지나, 이스탄불을 거치고 로마까지 간 비단은 그야말로 최고의 부의 상징이 되었다. 같은 무게의 금과 맞먹는 가치였다고 하니 그들은 비단을 위해 아니 살벌한 경제 논리 속에 목숨을 걸었을 만하다.
  1.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둔황
  2. 서안에서 시작된 실크로드가 비단을 날랐다고 하지만 사실 비단은 일부이고, 동서양의 여러 문화가 전해지는 문명의 통로였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 길은 역사 내내 한족 이외의 민족을 오랑캐로 치부했던 흉노와 돌궐의 거주지인 곳이기도 했다. 해서,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둔황은 한족들의 마지노선이었다. 둔황을 사수하지 못하면 당시의 수도인 서안까지는 단숨에 달려 올 수 있으니. 그래서 둔황의 남쪽에는 양관, 북쪽에는 옥문관의 관문이자 검문소가 있다.
    둔황은 사막을 사막답게 하는 오아시스 월아천을 가진 유일한 도시다. 온통 모래 사막인 이곳에서 수 천년 동안 한 번도 마르지 않았던 초승달 모양의 신비의 샘 월아천. 사막을 달려 서안으로 향하던 오랑캐들도 물을 위해서 둔황을 쳤어야 했기 때문에 이곳은 더욱 더 요새가 되어야 했다. 월아천 주변에는 밀가루보다 고운 모래로 된 명사산이 있는데 아무리 모래 언덕을 뛰어다니며 모래를 쓸어 내리고 발자국을 남겨도 다음날이면 바로 잔잔히 물결 치는 모양을 만들며 원상 복구를 해낸다. 손톱 밑까지 낄 정도로 고운 모래지만 세차게 부는 바람에 서로 부딪히며 우는 소리를 낸다 하여 명사산이라 불린다. 건조한 기후가 만들어내는 새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명사산의 풍경은 매우 신비롭다.
    둔황 관광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막고굴이다. 1,700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크고 작은 암굴 사원이 천 개가 넘었지만 현재 전해지는 것은 5백 여 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예술적, 역사적 가치는 매우 크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훼손된 것도 있고, 무지했던 현지인에게 선심 쓰듯 몇 푼 쥐어주고 갈취해간 서양의 비 양심 세력의 탓이기도 하다. 현재 관광객들이 주로 보는 것은 벽에 붙어 떼어갈래야 그럴 수 없는 것들이지만 발견될 당시에만 해도 수 많은 경전과 서적이 수 만점이 있었다 한다. 중국 정부가 되찾으려 했지만 이미 욕심 사나운 소장가들 품으로 돌아간 후였다. 막고굴은 약 1,000년에 걸쳐 만들어져 왔다. 때문에 각 불상들과 조각, 그림들은 제작될 당시의 조류와 유행, 문화를 반영하여 그 분위기와 형상이 조금씩 다르다. 그림들 중에는 신라의 왕자들이 그려진 것도 있다. 멀리 경주에서 이곳까지 왔으니 실로 실크로드는 서안이 아닌 경주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1. ▲ 돈황의 막고굴
  1. ▲ 돈황의 명사산
  1. ▲ 투루판의 화염산
  1. ▲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비밀 촬영지 - 쿠차 대협곡
  1. ▲ 돈황고성
  1. ▲ 투루판의 천불동
  1. ▲ 바다같은 천산천지
  1. ▲ 위구르 민속 쇼
  1. 역사와 종교의 소용돌이 속에 선 투루판
  2. 실크로드의 두 번째 여정은 투루판에서 시작한다. 지금은 중국의 땅이었지만 과거 역사 속에선 오랑캐의 땅이었던 곳, 지금도 이곳에서는 그 역사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게다가 삼장법사와 손오공의 서유기도.
    투루판에는 돈황의 막고굴의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석굴 사원 천불동이 있다. 규모는 작아도 산기슭의 절벽에 있어 협곡과 어우러져 독특한 신비스런 풍광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곳의 석불들은 많이 훼손되었는데, 이슬람의 땅과 가까운 탓이다. 유일신 알라를 믿는 그들은 석상을 파괴했는데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한 면인 것이다. 천불동에는 230여 개의 굴이 있고 그 중 80여 개의 굴에는 힘이 넘치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약 10,000㎡의 벽화가 보존되어 있다.
    두 하천 사이로 치솟은 30m 벼랑 위에 세워진 교하고성은 주변에 많은 탑들의 잔해가 남아있는 투루판 여행에서 가장 큰 볼거리다. 교하고성은 단순히 성이라기 보다 땅을 파고 깎아 벽을 만든 치밀하고 정교한 요새다. 역사 속에서 고창고성을 근거로 한 고창국이 수 없이 침입했지만, 단단한 성벽 뒤의 이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성을 포위하자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이들은 몇 년을 버티다가 함락되었다 한다. 보존 상태가 좋아 오히려 침략국이었던 고창고성에 비해 먼저 만들어졌어도 당시의 도시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고창국의 근거지였던 고창고성은 이에 비하면 누런 황토 유적이 지나간 역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황토로 벽돌을 만들어 지은 이곳은 풍화작용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가는 모습이 붉은 화염산과 대조되어 인상적이다.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화염산은 햇빛을 받으면 반사되는 모습이 마치 불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형상이다. 손오공이 나오는 서유기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1. 아름다운 목장 우루무치
  2. 초원과 사막을 강풍을 맞으며 달리던 버스는 마침내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의 우루무치에 도착했다. 우루무치까지 왔으니 꽤나 멀리 서역으로 온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내륙에 위치한 곳으로 알려진 곳, 건조한 기후 탓에 하루에도 일교차가 매우 심하다. 실크로드의 요충지이자 현재는 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성도, 급속도로 발전하는 중심 도시, 둘만 모이면 춤추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위구르 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여행객들을 위해 극장식 공연도 벌인다.
    우루무치에서는 천산에 올라 백두산 천지 같은 호수를 둘러본다. 이름하여 천산천지. 멀리 천산에서 녹아 내린 만년설이 고여 시리도록 푸른 호수를 만들어냈다. 전설의 서왕모가 살았다고 하는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침엽수림이 만년설과 어우러져 사막과 또 다른 풍광을 만들어 낸다.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Posted by Redvir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