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없이 펼쳐지는 몽골의 초원에는 유럽까지 한 달음에 내 달렸던 용맹한 기마 민족의 힘이 숨겨져 있다. 며칠이겠지만 그들처럼 말을 달리고, 그들처럼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으로도 그 힘은 전해질 것 같다. 징기스칸의 후예들, 이제 그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1. 붉은 영웅 울란바타르, 잠을 깨다
  2. 울란바타르는 초원과 사막으로 이루어진 몽골에서 도시라 부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그래서 이곳을 벗어나면 여행객들은 포장도로도, 차량도, 인파도 만나기 힘든데 이는 넓은 국토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울란바타르의 거리에는 이들의 지난 날을 말해주듯 사회주의 도시의 모습이 보인다. 러시아어에서 만들어졌다는 몽골어도 그렇고, 러시아어에 능통한 몽골인도 그렇다. 수흐바타르 광장의 수흐바타르 장군의 묘를 보면서 자연스레 호치민 묘나 레닌 묘를 연상한다. 하지만 지금 몽골은 변화의 무대에 있다. 개방정책으로 힘들긴 하지만 실업률도 낮아지고 경제 상황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자유 시장이 들어서고 외국 기업과 외국인의 내왕이 초원을 달리던 이들의 기백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울란바타르 북서쪽에 몽골에서 가장 큰 라마 불교 사원인 간단사가 있다. 라마 불교는 티베트 불교의 한 일파로 우리나라에 전파된 불교와는 달리 주술적인 면이 강한 편이다. 간단사는 몽골이 사회주의 혁명을 겪었던 시기, 수많은 사찰과 승려들이 탄압의 대상이 되었을 때도 살아 남았던 곳으로 울란바타르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하나의 절이라기 보다 승가 대학과 크고 작은 부속 사원이 함께 있는 일종의 불교 단지로 우리의 절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1. 몽골의 자연으로 들어 가다, 테를지와 흡스골 그리고 바얀고비
  2. 몽골 여행의 키워드는 초원이며, 청정의 자연이다. 도시를 벗어나면 점점 완벽한 자연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어 하늘까지 올라갈 것 같은 평원에 사는 몽골인들은 그래서 독수리처럼 밝은 눈을 가졌다.
    테를지는 울란바타르에서 차로 1~2시간 걸리는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국립공원이다. 거대한 거북 바위가 공원 입구로 머리를 향하고 있어 몽골인들은 이곳을 지키는 수호신이라 믿는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강과 계곡, 시리도록 푸른 건조한 기후의 하늘, 이름 모를 야생화가 펼쳐진 초원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테를지는 몽골인들도 태어나 몇 명 못 와 본다는 신혼 여행지다.
    울란바타르에서 국내선으로 이동하는 흡스골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호수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리조트들 – 고층의 호화 리조트는 아니다 – 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흡스골 여행객들은 자연과 함께 즐기는 승마와 에메랄드 호수에서의 낚시를 경험한다. 호수는 섬도 품고 있어 배를 타고 가면, 바라만 보기엔 아까운 비취색의 맑은 물을 맘껏 눈으로 가슴으로, 카메라 렌즈로 가질 수 있다. 고원이자 위도가 높은 흡스골은 여름에도 밤이면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져 보온을 생각하는 게 좋다. 하지만 여름이면 밤 10시나 되어야 해가 떨어지는 신기한 백야(白夜)가 덤으로 주어진다. 날이 어두워지자 마자 하늘을 가득 채우는 은하수는 또 다른 볼거리, 그래서 여행객들은 밤이면 게르에서 슬금슬금 나온다. 몽골 하늘의 은하수는 천지를 구분 할 수 없는 적막 속 어둠과 깨끗한 자연이 만든 명작, 초원에 누워 그 잔 보석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본다.
    테를지와 흡스골에서 몽골 자연의 풍성함을 보았다면 울란바타르 남서쪽에 있는 바얀고비에서는 독특함을 본다. 바얀고비는 몽골의 자연을 모두 함축하고 있는데 사막, 초원, 오아시스를 갖고 있어서, 사막의 고운 모래 언덕을 낙타를 타고 가면서 초원의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지난날 징기즈칸이 대제국을 건설해 통치할 당시의 수도인 하르호름이 1시간 거리에 있다.
울란바타르 모습
  1. 몽골인과 말
  2. 유목민인 몽골인에게 가축은 재산이자 식량이며 가족이다. 평생 함께 살면서 이동하면서 풀을 먹여 키우고, 그 고기와 우유를 먹으며 가죽을 사용하고, 배설물까지 연료로 쓰는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재산이다. 그 중 말은 아마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축일 것이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는 기마 민족의 역사와 생활 속에서 증명되는데 말에서 태어나 말에서 죽는다고 할 정도다.
    테를지와 흡스골은 자연이 살아 있는 곳, 이곳에서는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릴 수 있다. 잘 훈련된 말은 여행객에게 승마용으로 제공되는데, 조련사로 온 사람은 10살 먹은 소년, 하지만 솜씨 하나는 시쳇말로 끝내준다. 말은 후각으로 상대를 인식하고 친밀함을 느끼기 때문에 먼저 말에게 본인의 냄새를 맡게 한 뒤, 소년 조련사가 시키는 대로 말에 올라 고삐를 당기고 늦추면 된다. 에메랄드 빛 흡스골 호수 주변과 얕은 구릉과 언덕을 말을 타고 오르내리다 보면 금새 초원을 달리는 몽골 기마병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 게르에서 몽골 유목인처럼 살아보기
  2. 둥글게 쳐진 몽골 전통의 천막인 게르(Ger)는 몽골인들의 집이다. 아파트와 콘크리트 건물이 도시에 들어와도 이들은 게르에서의 생활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유목민인 이들의 생활 습관상 조립하고 설치하기 쉬운 이동식 주택으로 30분이면 해체하고 다시 지을 수 있다. 천막이긴 하지만 보온성과 통풍성이 좋고 튼튼해서 몽골의 초원에 부는 강력한 돌풍에도 꿋꿋하게 버틴다.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콘크리트 건물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초원에서 게르는 여행객들의 숙소가 된다. 또한 여행객이 늘어감에 따라 게르를 이용한 리조트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지역적인 분위기도 살리면서 며칠이나마 이들의 생활을 경험해 보는 것은 몽골을 여행지로 결정한 이들이 택하는 코스다.
    게르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는데, 출입문은 항상 남으로 내는 것, 중앙에는 화로를 두는 것이 그것이다. 내부의 동쪽은 여자의 공간으로 살림살이가, 서쪽은 남자의 구역으로 그와 관련된 말 안장 등의 기구가 보관되며, 더 안쪽은 가장(家長)과 라마승이 앉는 상석이다. 가운데 있는 화로는 난방용이자 응접실 같은 곳인데, 나무가 많지 않은 초원 지대에서 그리고 겨울이 긴 이들에게 연료는 가축의 배설물이다. 잘 마른 배설물은 냄새도 없고, 화력도 좋아 보온용으로 그리고 조리를 위해서 사용된다.
    화로에는 ‘마유주’라 불리는 몽골의 전통 술이 올라가 있게 마련이다. 말 젖을 이용한 발효 술로 막걸리처럼 뿌연 색인데 전통적으로 몽골인들은 손님에게 양고기와 함께 이 술을 대접하고 손님은 또한 주인에 대한 예의로 다 마신다고 한다. 마유주는 알코올 도수는 그리 높지 않지만, 독특한 냄새로 예민한 입맛의 여행객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또 하나 여행객들을 위한 음식으로 ‘허르헉’이라는 양고기 요리가 있는데, 불에 달구어진 뜨거운 돌을 양고기와 함께 물이 든 통에 넣어 익혀 먹는다.
  1. 몽골을 몽골답게 ‘나담 축제’
  2. 나담은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로 매년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적으로 열린다. 사회주의 혁명이 성립된 7월 11일을 기념해 시작되는데, 원래 혁명 이전부터 제후들이 주최하던 전통 행사였다. 정식 이름은 ‘에린 구르반 나담’으로 ‘세가지 용감한 경기’라는 뜻인데 그 세 가지 용맹한 경기인 씨름과 경마, 궁술이 진행된다.
    나담 축제 중 가장 특이한 볼거리는 1,000명이 넘게 참가하는 몽골 씨름이다. 선수는 팔과 등의 일부만 가리고 가슴과 복부는 그대로 드러낸 ‘죠닥’이라 불리는 전통 의상을 입고 시합에 임한다. 이 독특한 상의에 대해서는 남장 여자의 참가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체급도 없는 몽골 씨름을 넘본 여장부가 있었나 보다. 본격적인 시합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은 양팔을 벌리고 원을 그리며 도는 일명 ‘독수리 춤’을 추는데 준비 운동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체격을 과시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상대의 무릎이나 팔꿈치, 어깨가 땅에 닿으면 지는데, 기술보다는 아무래도 힘이 우선하는 것 같다.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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